나의 이야기

추야우중(秋夜雨中)을 쓰며

헤스톤 2024. 11. 25. 21:42

 

최치원(崔致遠)의 추야우중을 쓰며

 


내가 쓴 위 글씨에서 저 한자(漢字)들이 무슨 글자인지 알아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언제부터인지 학교에서 한자 교육도 하지 않게 되다 보니 정자(正字)로 써도 알아보기 힘들 텐데, 위의 글씨는 초서(草書)체의 글씨이기 때문에 한자를 꽤 안다고 하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읽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물론 위의 詩(시)는 유명해도 너무 유명한 崔致遠(최치원)선생의 秋夜雨中(추야우중)이라는 시로 내용은 아래와 같다.

秋風惟苦吟 추풍유고음
世路少知音 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 창외삼경우
登前萬里心 등전만리심

(첫째 연 惟를 唯로 써서 인터넷으로 떠도는데 생각할 惟로 썼다)
글자 그대로 해석을 하면 다음과 같다.
 "가을바람에 괴로이 읊나니(秋風惟苦吟)/세상엔 날 알아주는 이 없네(世路少知音)/창밖엔 삼경의 빗소리(窓外三更雨)/등불 앞엔 만리로 내닫는 이 마음(燈前萬里心)." 

위의 시는 최치원의 120여 편에 달하는 시 가운데 심상의 전개나 구조적인 긴밀성이 가장 완벽한 작품으로 꼽히며, 세간에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무엇보다 세상에 자기를 알아줄 만한 사람이 없다는 절대 고독감을 표현한 글로 이 가을에 내가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내용 중 위 시를 표현한 글 중 일부를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시상은 제1구 '추풍유고음'에 집약되어 있고, 그 고독의 궁극적 원인소(原因素)는 제2구의 '소지음'이다. 제3구의 '삼경우'는 곧 시인의 고독한 눈물이요, 제4구의 '만리심'은 세상과 어그러져 이리저리 떠돌고 있는 시인의 방황하는 심사이다. 특히 제3·4구는 외곽과 내곽, 시간과 공간, 청각과 시각이 절묘한 대비를 이루며 시인의 걷잡을 수 없는 고독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는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향수를 달래며 지은 것으로 보기도 하나, 귀국 후 세상에 용납되지 못하여 제 뜻을 펼치지 못하는 괴로운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보는 편이 낫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중국에서 마음껏 문재를 떨치고 귀국한 최치원이 헌강왕이 죽은 뒤에는 태산군(太山君) 태수 등 외직으로 전전하고, 진성왕에게 당시 국정을 바로잡을 개혁안을 담은 시무책을 올렸으나 실행을 보지 못하고 결국 은거에 들어갔던 사정을 감안할 때 제 역량과 포부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당대 현실과의 부조화가 시인으로 하여금 이 시를 짓게 만든 동기가 되었다고 본다.

 

 

위 사진은 얼마 전(2024. 11. 18~ 11. 23) "강북서화협회" 주관으로 "강북문화원"에 전시되어 있었던 작품으로 도록에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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