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문적인 화가가 아니다. 즉, 그림 그리는 것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다. 다만 사대부 흉내를 내며 여가를 활용하여 사군자 등을 치고 있다. 더 넓은 의미로 문인화를 가끔 그리곤 한다.
文人畵(문인화)란 전문적인 화가가 아닌 시인이나 학자 등 사대부 계층의 사람들이 여가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즉, 시인 묵객들이 비직업적 입장에서 心意(심의)와 感興(감흥)을 표현하기 위해 그린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이런 시인이나 사대부 흉내를 내고 있다. 시를 쓰거나 서예를 하다가 남은 먹물로 난을 치거나 매화, 소나무 등을 그리곤 한다. 그러다가 좀 더 기분전환을 위해 물감을 시용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아는 것처럼 문인화는 사의성(寫意性)을 표현한 것이다. 즉, 사물의 외형보다는 내재된 뜻을 표현하는 것으로 화가의 생각이나 의중을 표현하는 화법이다. 따라서 사물 그대로 똑같이 그리려고 하기보다는 내적인 표현을 우선시한다.
여하튼 어느덧 먹물과 가까이 지낸지 약 8년의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동안 지인들에게 이러저러한 서예 작품 외에 그림을 주기도 하였다. 아래의 매화와 까치를 그린 梅鵲圖(매작도)는 나의 입행동기로 자주 밥을 사며 가까이 지내는 장상헌 동기에게 주었다. 화제는 내가 직접 지은 迎春自覺(영춘자각)이라는 漢詩(한시)이다. 글씨는 예서체로 썼다. 그야말로 詩, 書, 畵를 모두 직접 한 것이다.
아래의 대나무 그림은 한문에 조예가 깊은 정회남 입행동기에게 주었다. 화제는 역시 나의 自作詩(자작시)인 竹中顧品(죽중고품) 중 일부를 써 넣었다. 글씨는 행서체이다.
아래는 지난 임인년에 나의 현관문에 붙여 놓았던 그림들이다.
맨 처음에 말한 것처럼 나는 전문적인 화가가 아니다. 따라서 나의 그림을 누구에게 판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다가, 이번 입행동기 연말 모임에 취미삼아 그린 석란도 한 점을 기증하여 경매에 붙였다.
이번 경매에 붙인 石蘭圖(석란도)의 화제는 아래와 같다.
石上寄生幾歲長(석상기생기세장) 돌위에 붙어 나서 몇 해나 살았던가
有人不願自昐芳(유인불원자분방) 사람이 원하지 않아도 스스로 향기를 뿜어낸다
조금 의역을 하면 "힘든 인생길에서 얼마나 잘 버티며 지금까지 살아왔던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의 아름다운 향기를 뿜으며 살리라!"라는 의미가 되겠다.
그럼 경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21만 원에 낙찰되었다. 입찰에 참여해준 동기분들이 고맙다. 우리가 기은 입행 21기인데, 21만 원에 낙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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