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병들의 합창

헤스톤 2020. 1. 9. 17:02

 

별들의 합창이 아니다. 병들의 합창이다.

여기에서의 병은 갑(甲). 을(乙), 병(丙)의 병도 아니고, 아픈 병(病)도 아니다.

우리집에 있는 병(甁)들이다.

 


우선 위의 병은 내가 가지고 있는 병 중에서 제일 역사가 오래된 병이다.

나는 한때 이 병을 실마리 삼아 약 130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상상하여 소설을 쓸까도 생각했다.

이 병이 만들어진 것부터 어떻게 소장자에게 오게 되었는지를 역사와 더불어 기록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고,

무엇보다 나의 짧은 역사 지식으로는 제대로 된 글을 쓰기가 어려울 것 같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분명한 것은 아버지가 나에게 물려 준 물건 중 가장 가치가 있는 것이다.

종이품 벼슬을 끝으로 후손들의 고향에 안주한 나의 고조부가 사용하던 병이다.

용도는 아마 당시 술병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아래의 병도 아끼는 병이다.

위의 병은 오래 전 유럽여행을 다녀 온 직원으로부터 선물받은 것이다.

매우 가볍고, 색깔이 좋다. 


그 외 아래의 병들도 오래 전부터 그냥 보관하고 있다.

길거리 상품들이기에 가격은 별로 나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병이란 깨지기 쉬운 도자기나 유리이다. 깨지기 쉬운 것일수록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가까운 사람이고, 오래된 사람일수록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부모도 그렇고, 겨울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계절에 비해 두껍다고 그냥 막 찌르고, 막 보내도 괜찮은 계절이 아니다. 

바늘로 찌르면 겨울도 아프다고 한다.

겨울은 죽은 계절이 아니다. 잠자는 계절도 아니다.

봄을 잉태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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