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200년 후 어느 날(4)

헤스톤 2017. 3. 3. 15:51

 

 

NSC(National Security Council)가 긴급소집되었다.

INT(Independent North Trusia)의 대통령 "구센티프"가 피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주로 북극해의

해저에서 생활을 하다가 약 10여년 전에 지구 북쪽의 유랑민족 및 각국의 소외된 세력을 규합하여 독립국가

탄생시킨 인물이다. 그는 한때 자국민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다. 선(goodness)과 의(justice)를 내세우며

통치의 정석을 보여주기도 하였으나, 약 5년전부터는 백성위에 군림하며 철권통치를 하였다. 특히 그가

구상한 해저국가의 건설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요동지역의 국경문제를 갖고 계속 시비를

걸어오던 자로 우리에게는 골칫덩어리이었다. 

 

지난 여름에는 접경지역에서 레이저광선을 이용하여 우리쪽 병사 2명에게 부상을 입히는 사건이 있었다.

우리측에서는 교전원칙에 따라 즉각 대응하여 그쪽의 진지를 폭파시키고 원인제공 병사와 책임자 등 4명

에게 중상을 입혔다. 나는 즉시 부상을 입은 우리쪽 병사를 위문하러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리와 등 쪽의 

상처를 보면서 나는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그쪽의 부대장이 직접 부상을 입은 우리 병사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각서를 써서 전 세계에 공포하도록 조치하였다. 그래도 계속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일단 그 정도로

마무리를 하였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다 안다.

우리 영토의 풀 한포기도 다치지 않게 할 의무가 나한테 있고, 너한테 있고, 우리한테 있다는 것을!

우리의 강력한 대응탓인지 그 이후로는 잠잠하더니 지난주 그쪽 10여명의 병사들이 국경을 넘어와서 우리쪽

막사와 무기고를 부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하였다. 역시 우리측에서는 "무조건 배 이상으로 갚는다"는 교전

원칙에 따라 즉각 그쪽의 통신시설과 무기고 등을 폭파시켰고 넘어왔던 병사 모두에게 남의 도움없이는 살

없을 정도로 중상을 입혔다. 이번에 나는 그쪽 대통령의 사과도 요구하였다.

시한은 내일인 12. 31.까지로 하였다.

만약 그때까지 사과가 없으면 나는 EPC(Earth Peace Committee)에 안건을 상정하고 주요국들의 동의를

얻어 INT의 지도자 교체 및 국가개조 작업을 진행시키려고 하였다. 

 

 

그런데 오늘 그가 피살된 것이다. 사과시한을 하루 남기고 죽은 것이다. 

NSC가 소집될 때까지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우리나라와 사이좋게 지내려는 군부 지도자들과의 알력때문

이라고 하는데 좀 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할 같다. 일단 요동지역으로 대거 병력을 배치하고 경계태세를

강화시켰다.

수시로 동태를 파악하며 장시간 회의를 하다보니 눈이 피로하다. 최근 시력이 좀 약화된 것 같다. 약 70년을

사용했으니 이젠 바꿔줘야 할 것 같다. 웬만하면 그냥 사용해도 괜찮지만 장기를 5년마다 신품으로 교체하는

사람도 많다.

 

회의중 새로운 정보가 들어온다. "구센티프"를 죽인 자는 그의 경호실장 "재크스키"이고, 군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군부와 관련은 없지만 군부나 그 나라의 지도층을 중심으로 사건을 정당화시키려는

옹호발언과 환호성이 쏟아지고 있다는 정보도 속속 들어온다. "재크스키"는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눈물을 흘리며 거사를 실행했고, 자신의 죄는 달게 받겠다고 하면서 거사 목적은 인접국가들과 우호적으로

내며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전해오는 말이 나를 짜증나게 한다.

요지는 나를 자기나라 대통령으로 모시고 싶어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자기는 죽어도 좋지만 내가 

INT의 대통령으로 오셔서 자기나라 국민들과 함께 해 달라고 약 50번에 걸쳐서 목이 쉬도록 간청했다는

것이다. 약 30분 정도가 지나니 속보가 전파를 타고 들어온다.

직접 당사자인 "재크스키"의 말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간다. 그 나라 국민들이 "구센티프"의 통치아래서 얼마나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보냈는지를 펑펑 울면서 설명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나간다. 무엇보다 인접국가의 대통령인 내가 통치해줄 것을 간절하게 원하다면서 같은 내용을

50번이 넘도록 반복하면서 어찌나 애절하게 울어대는지 나도 모르게 울컥하였다.

NSC에 참석한 여성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남자들도 절반 이상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구센티프"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많은 국민들과 함께 나를 대통령으로 모시기 위해 모든 혼과 정성을

모을 것이라고 한다.

잠시 감성에 젖어있다가 이성을 회복하여 생각하니 그는 한마디로 웃기는 놈이다. 정말 웃기고 자빠졌다.

각국의 방송국에서는 "구센티프"의 피살소식을 속보로 전하면서 자꾸만 나를 거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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