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200년 후 어느 날(1)

헤스톤 2017. 1. 23. 17:09

 

 

장편소설은 좀 더 여유를 갖고 쓰기(비공개로 작성중)로 하였고, 간단한 단편소설 하나 올려봅니다.

 

 

200년 후 어느 날   (1)

 

 

오늘은 2217년 12월 30일이다.

어제는 바람이 불어 조금 쌀쌀하더니 오늘은 하늘도 맑고 겨울날씨답지 않게 포근하다.

최근에는 날씨 조절장치를 크게 가동시키지 않아도 국민들이 크게 불평하지 않는다.

약 5년 전만 해도 날씨 조절장치를 가동하여 1년내내 약 20도 안팎으로 한반도 전체 기온을 맞추곤 하였다. 

최근 육십이 안된 청년들 사이에서 겨울엔 영하의 날씨로도 지내 보자고 주장하지만 어린이나 100살이 넘은

어르신들을 생각하여 섭씨 10도 이하로 한반도 기온을 맞춘 적은 없다.

약 100년 전만 해도 겨울이 되면 춥다고 오리털이나 토끼털이 있는 두꺼운 옷들을 입고 다녔다고 하는데 

이제 그런 옷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다.   

 

여하튼 내일만 지나면 올해도 지나간다. 내년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큰 짐을 내려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2월엔 대통령 선거가 있다.

그리고 3월 말이 되면 나는 드디어 대통령이라는 직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제 3개월만 지나면 자유의 몸이 된다. 대통령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신난다.  

약 3년 전 내가 대통령 후보로 추천되었을 때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나보다 더 적임자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후보추천위에서 내가 단수로 추천되었고,

국민투표에서 82.5%로 당선되었다.

80.0% 이상의 득표를 얻어 당선된 경우는 약 12년만의 일이었기에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지금 더 난리다. 퇴임을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 나의 지지율이 95.9%나 되기 때문이다. 

약 4%를 제외한 국민 모두가 나를 지지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나오는 이야기 중에는 내가 연임을 해야 한다는 아주 몰상식한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3년 단임으로 제도를 바꾼지가 30년도 넘는데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농담으로 하는 말 중에 "잘 못하면 잘 할때 까지"라는 말이 있어서 국민들을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려고 애를 썻더니 엉뚱한 소리들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 모레 발표할 신년사를 쓰고 있다. 임기 중 마지막 신년사이다.

최근 거론되는 대통령 중임제 관련의 엉뚱한 소리도 잠재우면서 많은 사람들의 반대로 추진하다 중단된

기부금 상한제와 관련된 내용도 신년사에 담을 예정이다. 이 건은 내 임기중에 끝내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약 10년간 기부할 수 있는 최고 한도를 정하지 않았더니 너무 많은 기부금이 쌓여서 처치곤란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이것을 사용하기 위한 각종 사업계획을 짜고 실행시킨다고 너무 피곤하다.

무엇보다 모레 오후에 있을 국민들과의 대화시간은 엄청 기다려 진다.

국민들과 대화하는 것은 그 자체가 너무 즐겁다.

민정참모의 말로는 이번 대화시간에 약 20만명이 넘는 너무 많은 신청자가 몰려서 300명은 무작위로 선발

하였고, 200명은 내 말투나 표정을 잘 내는 순서대로 선발했다고 하는데 질문할 때 어떤 말투나 표정이

나오는지도 기다려진다.

여하튼 나는 지금 즐겁다. 무엇보다 대통령 임기가 이제 얼마 안 남았기에 즐겁다.

  

비슷한 시기에 임기가 끝나는 미국의 마일스 대통령 부부와 유럽쪽 꽃 구경도 다니고 낚시도 즐길 것이다.

우리나라는 약 10년 전부터 경제나 국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미국을 많이 도와줬다.

덕분에 이제는 미국도 이웃나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그런대로 살 만하다.  

임기가 끝나면 마일스 부부와 에베레스트산도 인공구름을 타고 가서 3일정도 놀다가 올 생각이다.

솔직히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면서 보람도 있었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너무 없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한테 너무 소홀했다. 좀 더 시간이 된다면 금성이나 화성 등 우주도 돌다 올 생각이다.

그렇지만 우주여행 계획은 취소될지도 모른다. 

너무 멀어서 2년 이상 걸릴지도 모르고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여하튼 나의 자유시간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지난 3년간 국정을 수행하느라 너무 정신없이 보냈기 때문에 좀 더 가치있고 신나는 것으로 나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내 후임으로 아직까지 아무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몇몇 추천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질색을 하면서 고사를 하고 있다.

왜 이렇게 모두들 대통령이 되는 것을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3년 전 안 맡으려고 별 쇼를 다 부리다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 여기고 맡았으니 할 말은 없지만,

지금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은 아예 작정을 하고 아프리카나 남미로 여행을 떠나서 들어 오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괘씸한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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