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를 3 군데나 다녔다.
우선 내가 태어난 충남 금산 제원의 제원초등학교를 6학년 4월까지 다녔으니 초등학교 생활의 거의 전부를 시골
초등학교에서 보냈다고 하여야 할 것 같다. 내가 6학년이 되었을 때 고향의 초등학교 교사(나중에 고등학교 역사
선생)이었던 작은 아버지가 대전에 있는 가양초등학교로 전근을 가면서 나도 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대전 가양초등학교를 몇 개월 다니고 졸업하였다. 그러면 또 한 군데는 왜 다녔을까?
당시는 중학교도 입학시험을 보았는데 보기좋게 낙방하였다. 그래서 재수를 하게 되었고 재수를 하면서 대전에
있는 대신초등학교를 약 9개월여 다니게 된 것이다.
지금 나는 초등학교 동창모임이 2개 있다. 졸업을 한 가양초등학교는 없고, 제원초등학교와 대신초등학교의 동창
모임에 참석한다. 사실 대신초등학교는 졸업한 곳도 아니고 재수해서 다닌 곳이기에 모임에 나가지 않았는데,
지난해 우연히 대학교 동창을 만나면서 나오라는 성화에 못 이겨 참석을 한다. 솔직히 최근까지 그곳에 안 나간
이유는 재경제원초등학교 47회 회장을 무슨 종신직처럼 맡고 있는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그곳의 동창들에 비해 초라한 나의 처지가 쪽 팔렸기 때문이다.
사실 당시 나는 그 학교에서 공부를 꽤 잘하는 학생(1등도 몇 번 했음)이었는데 중학교 입학시험엔 운이 나빴는지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했고, 그 뒤의 인생도 제대로 안 풀린 것이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지금 그곳의 동창들은
대부분 대학교수나 의사는 기본이고 장차관급들이다. 박사학위도 기본이다. 이러하니 그곳에 참석하여 나의
자존심에 상처만 입히게 될 까봐 참석을 꺼렸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사실 그렇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한데 말이다.
이에 비해 시골 초등학교 동창들은 다르다. 당시 중학교 진학을 한 동창이 반도 안되었던 것 같다. 농사를 짓는
사람도 있고 공사현장 근무, 트럭이나 버스운전 등등이 그들의 직업이다. 물론 직업에 귀천이 없고 다 소중한
인격의 소유자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구들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시골 초등학교 동창은 18명이고, 모임 참석인원은 대략 12~15명이다. 지난 일요일엔 남이섬에
갔다. 한 동창의 딸과 사위가 남이섬에서 근무한다고 하여 입장이나 음료수 등 몇 가지 편의를 제공받았고,
덕분에 잘 구경하고 왔다. 그 흔적을 사진으로 옮겨 본다.
대청역으로 10시30분까지 오라는 총무의 메시지가 있었다.
요즘 이 모임 총무는 한번 메시지를 보내고는 누가 오던지 안 오던지 크게 신경 안쓴다.
어차피 올 사람은 올테니까 오는대로 가면 된다고 한다. 와 달라고 사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회장인
나로써는 되도록이면 많은 인원이 참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제 시간까지 온 동창들끼리 대청역 앞에서 한 장 찍었다.
내 옆으로 여자동창들이 몰린다. 역시 나는 여자들한테 인기가 조금 있다. 착각이지만..
나는 7살에 초등학교를 입학하여 동창들보다 어리다. 당시 시골에서는 9살에 입학하는 애들도 많았다. 그래서
동창들이 나보다 1~2살씩은 많다. 제일 나이 많은 여자동창 중에는 나보다 4살 많은 사람도 있다.
대청역에서 남이섬으로 가는 길에 코스모스를 비롯한 여러 꽃들이 반긴다.
이 날 참석한 여자동창들(6명)이 꽃 속에 있다. 아마 본인들은 모두 자기가 꽃보다 더 예쁜 것으로 알 것이다.
이 날 참석한 인원은 12명(남6, 여6)이다. 몇 개월전 남양주종합촬영소에 갈 때도 12명이었는데..
이상하게 누가 조정한 것도 아닌데 언제나 짝을 맞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남이섬에 도착하여 식당부터 들어갔다.
식당에서 나와 커피숍에서 차를 한잔 우아하게 먹고 가자는 부류와 그냥 빨리 돌아다니자는 부류로 나뉘어 우왕
좌왕.. 이럴 땐 회장이 빨리 결정을 해 주어야 한다.
차를 마시러 갔다.
이곳저곳 둘러 보았다. 솔직히 그렇게 볼만한 것은 없다.
메타세콰이어에서 여성들끼리.. 그리고 전체가..
추억에 남을 것이 뭐 없나..하다가 보트를 탔다. 배 하나에 정원은 5명이고, 요금은 4만원이다.
섬 전체를 한 바퀴 돌고 끝나는 것인데..걸린 시간은 5분밖에 안된다. 돈이 좀 아까웠다.
그래도 즐거워하는 동창들을 보니 안 탄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해 본다.
우리는 4명씩 배 3개에 올라타고 돌았다.
아래에 보이는 저 배이다. 속도가 빨라서 섬을 어떻게 구경했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대청역 근처에서 뒷풀이도 하고 헤어졌다.
다음엔 동창 중 누가 고향 근처에 별장을 지었다고 해서 그곳에 가기로 했다.
동창들을 만나는 것은 그런 것 같다. 무엇을 구경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려는 것이 아니고,
서로 얼굴을 보면서 웃고 떠들려고 만나는 것 같다.
내 주변에 이렇게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만 늙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삼으려고 만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