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밑이 어둡다고 가까이에 있는 곳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 가 볼만한 곳이 많이 있음에도 자꾸만
멀리 쳐다보곤 한다. 아니면 가까울수록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되어 잘 가지 않게 되다가 결국은
한번도 못 가보고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묘적사'도 그 중의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사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는 오래되었지만 가 보아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집사람이 묘적사 계곡에 가서 물에 발이나 담그고 오자고 해서 나섰다가 들르게 되었다.
남양주시 와부읍 월문리에 있으며 소규모 사찰로 묘적산(妙寂山) 자락에 있다. 사찰 이름은 산의 이름에서
따온 것 같다. 무더운 여름철 묘적산 계곡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입구에 서서 인증샷을 한 다음 '묘적사(妙寂寺) 소개'를 천천히 읽어 보았다. 신라 문무왕때 창건하였다고 하니
1,300년이상 된 곳이다. 고려시대의 기록은 보이지 않는 등 자세한 기록은 없다고 하는데 정말 오래된 사찰
이다. 아래 소개에도 적혀 있지만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곳은 승병(僧兵)양성도량이었다고 한다.
국왕 직속 비밀기구가 있었고 선발된 인원을 승려로 출가시켜 고도의 군사훈련을 받게 하였다는 곳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국난때마다 많은 승려들이 국가수호의 첨병으로 앞장섰는데 이곳에서 무예를 갈고
닦은 승려들이 많은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입구로 들어가는 양옆에는 대부분의 사찰이 그렇듯이 사천왕상의 그림이 있다.
밑의 사진에서 대웅전 앞에 있는 탑이 남양주시 향토유적 제1호인 '팔각칠층석탑'이라고 한다. 이곳에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새로 짓거나 중건되었기에 아마 이 탑이 제일 오래된 것이 아닌가 한다. 조선초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왠지 너무 호리호리해서 슬퍼 보인다. 높이는 4.3m라고 한다.
탑의 층수는 기단부를 제외하고 지붕돌(옥개석)을 기준으로 세기 때문에 7층인 것은 맞는데 일반적으로 생각
하는 높이는 아니다. 왜 절에는 대웅전 앞이나 중앙에 꼭 탑이 있는 것일까? 부처님의 분신인 사리를 보관하던
곳이 탑이기에 절에는 꼭 탑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따라서 불상이 부처님의 분신이기 이전부터 탑은
부처님의 분신 역할을 한 것이기에 절에는 꼭 탑들이 있는 것 같다.
밑의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마하선원'이라고 한다. 조용하다. 절 전체가 조용하다. 스님 구경도 못했다.
대웅전을 마주보고 왼쪽 '산령각'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아래와 같은 '보리수나무'가 있다. 소원을 들어주는
보리수나무라고 한다. 대충 내용은 옛날 어떤 사람이 보리수 열매로 염주를 만들어서 소원을 빌었더니 금방
소원을 들어주었다는 그런 내용이다.
나와 같은 아파트 옆동에 사는 집사람 친구가 말하길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잘 들어주는 것으로 소문났다고
귀띔을 한다. 실제로 누구는 사업이 어려울 때마다 이곳에 와서 소원을 빌면 금방 일어서곤 했다는 것이다.
밑의 사진에서 보듯이 자연동굴에 인공을 가하여 만든 굴법당이 있다.
나도 이곳에 들어가서 4배하고 소원을 빌었다.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는 비밀이다. 묻지마라.
돈을 넣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얼마를 불전함에 넣었다.
아래 사진은 산령각(밑의 이정표에는 '삼성각'이라고 되어 있음)을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것으로 보리수나무
밑에 있는 금두꺼비이다. 그 앞에 지폐나 동전들이 쌓여 있다. 동전을 두꺼비에 붙여 놓은 것도 있다. 좋은 곳에
쓰일 것으로 본다.
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면 보리수 나무 열매가 보일 것이다. 사진으로는 나뭇잎 색깔과 같은 색깔이라 구분
하기 힘들겠지만 왼쪽 위를 보면 보일 것이다. 만져 보니 매우 딱딱하였다.
아래 사진은 묘적사내의 왼쪽에 위치해 있는 연못과 요사채이다.
묘적사(妙寂寺)에서
이름 그대로 고요한데
묘한 기운이 돌아다닌다
선발된 인원이 승려가 되어
마음을 단련하고
무예를 익히던 곳
국난을 맞이해서는
나라와 백성을 위해
기꺼이 목숨 바쳤으니
후손들은 부처님앞에서
옷깃을 여민다
중생들의 합장이 이어진다
목탁소리 들릴 때마다
보리수나무 열매들이
조랑조랑 매달린다
소원을 간절히 빌 때마다
단단하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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