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두물머리에서

헤스톤 2015. 5. 21. 18:19

 

자동차를 타고 백 번도 넘게 쳐다보며 지나치던 곳이지만 직접 가 본 것은 처음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멀리 있는 곳도 아니다. 막히지 않으면 20분거리밖에 안되는 '두물머리'이다.

역시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큰 맘을 먹어야 가 보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이 날도 가 볼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양수리에서 스크린골프를 한 다음에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나서 들러본 것이다. 

 

위의 사진은 두물머리의 상징인 느티나무이다. 400년이 넘은 나무로 높이가 26m로 되어 있다. 멀리서 볼 때는

한그루의 큰 나무인 줄 알았는데 3그루의 나무이다. 나무에 대한 전설 등은 그곳에 자세히 적혀 있다.

 

강물이 합쳐지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 집사람의 뒷모습을 찍었는데 그럴 듯 하다. 서로 살아온 길이 다른 물이

하나가 되어 흐른다. 집사람과 하나가 되어 흐른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바다로 흘러갈때까지는 함께할 것이다. 

 

지난 2월 수종사에 갔다가 "수종사 은행나무"라는 시(詩)를 지어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그 시의 첫 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쭉 뻗은 굵은 가지 사이로 

살아온 길이 다른 남과 북의 물이

부둥켜안는 두물머리가 펼쳐지고

(이하 생략)

 

사실 위의 시를 지을 때 그곳에서 보이는 이곳을 보며 '남과 북의 물이 살을 섞는'이라고 표현했었는데,

어느 날 인터넷으로 두물머리와 관련된 것을 조회하다가 '살을 섞는'이라는 표현을 이미 누가 사용한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부득이 발표할 때는 '부둥켜안는'으로 고치게 되었다. 맛이 좀 떨어지게 되었지만 어쩔 수 없다.

 

나도 같은 자리에서 한장 찰칵하였다.

모자라도 쓰고 오는 것인데 햇빛을 받아 찡그린 이마가 강바람으로 더 넓게 펼쳐진다.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잠시라도 잡념을 버릴 수 있고 편안하다.

 

제대로 된 나무의 수명은 동물들의 수명보다는 훨씬 길다. "한 자리에 머물며 오래 살 것이냐, 여기저기로 움직

이며 일찍 갈 것이냐"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엇을 선택할까? 부질없는 질문이다.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무도 언젠가는 간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간다.   

 

아래는 그 주변을 산책하면서 찍은 것이다. 연못도 있고 여기저기 볼 것들도 있다.

'두물머리 소원나무' 라는 곳에 왔다. 나는 그냥 나의 주문인 '건명돈업가'를 외웠다.  

 

집사람은 무엇을 빌었을까. 속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아들의 미래를 위해 빌고 있는 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포토존에서도 한장 찍었다.

가까이 살면서 처음 가 본 두물머리인데 약 절반도 구경을 못한 것 같다.

다음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천천히 산책을 하며 詩라도 한수 읊을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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