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엄마들은 자식과 관련된 일이라면 물불을 못 가리는 경우가 있다. 자식에게 좋은 것이라면 이것저것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르곤 한다. 남편의 일에는 비교적 이성을 잃지 않고 판단을 해 보기도 하지만 자식한테 해롭다
거나 좋은 일이라면 전후좌우를 잘 살피지 못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남편에게 아까운 것도 자식에겐 아까울 것이 없다.
지난주 대전에 계신 어머니한테 갔더니 나를 위해 아래와 같은 것을 했다고 한다.
나를 수호하는 조그만 부처님을 봉안한 것이라고 하는데 왠지 냄새가 난다. 진짜여부를 떠나서 아들을 생각
하는 어머니 마음에 고개를 숙였지만 그래도 그렇지 내가 천주교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처님께 귀의를 시키
다니. 그렇다고 어머니의 종교가 불교도 아니다. 원불교에 다닌 적은 있지만 무슨 사찰에 정기적으로 간 적이
없다. 개운하지 못해 위에 적혀 있는 사찰로 전화를 해보니 언제 한번 어머니 모시고 오셔서 봉안된 부처님을
보라고 한다. 무슨 사기 같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아들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곱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아래 사진처럼 오색줄에 무슨 부적 같은 것도 있다.
그럼 어머니는 복전(福田)값으로 얼마를 주었을까? 130만원을 주었다고 한다. 한달 생활비로 몇 십만원도 쓰지
않는 분이 아들을 위해서라면 참 통도 크시다. 이런 곳에 돈 쓰지 말고 돈 있으면 맛있는 거 사 드시면서 친구들
과 어울리라고 하였더니 당신은 괜찮다고 한다. 괜히 짠하다.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 드려야겠기에 그냥 잘 하셨
다고 하면서 어머니 덕분에 앞으로 나한테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였다.
어렸을 때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어머니가 나를 위해 도둑질(?)을 했고 그로 인해 싫은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내가 머리에 가마 2개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가마가 2개면 장가도 2번 간다는 말이 있었다.
지금은 머리가 빠져서 2개는커녕 1개도 잘 보이지 않지만 나는 어렸을 때 가마가 2개라고 많은 놀림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가마 2개인 아이가 해로운 것을 당하지 않고 잘 자랄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우습기 짝이
없는 미신이다.
어머니한테도 친정은 있었다. 상당한 재력을 가진 외조부는 도시의 큰 집에서 살았다. 그런데 외조부와 사는
외조모는 어머니의 친모가 아니었다. 친모는 어머니만 낳고는 쫓겨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머니는 시골에
있는 외조부의 동생집에서 자랐고 친정과 별로 가깝게 지내지도 않았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친정에 가서
숟가락을 훔쳐 왔다. 원래 속설대로라면 나의 외삼촌 숟가락을 훔쳐 와야 하는데 그 대신으로 친정 아버지의
숟가락을 몰래 가지고 왔다고 한다.
다음날 어머니의 친모가 아닌 외조모가 우리 집을 찾아 와서 소리를 질러댔다고 한다. "어떻게 아버지 숟가락을
훔쳐갈 수 있느냐. 아버지가 그 숟가락이 아니면 밥을 안 드신다. 친정이라고 오지도 않더니 오래간만에 나타
나서는 도둑질을 해 갔다"는 것이 싫은 소리의 내용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말했다. 이렇게 숟가락을 훔쳐 오고 싫은 소리를 들어야 아들인 내가 아무 해로운 것 없이 잘 풀린다
는 것이다. 엄마라는 존재는 이런 것이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도둑질도 할 수 있고 욕 먹는 것도 감수한다.
앞으로는 자식들을 위해 살지 말고 당신 자신을 위해 살으라고 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엄마의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