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세웠으면 실천을 하고 각오를 다졌으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세상만사 모든 것이 다 그렇다.
뜻대로 모든 것이 다 되었다면 내가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지도 않았으리라.
학교다닐 때 나하고 공부를 비슷하게 하던 친구나 동창들이 장차관도 하고 무슨 고위직에 있기도 한 것을 보면
내가 너무 나를 막 다루면서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면 학교다닐 때 나보다 공부도 더 잘하
고 머리도 비상했던 몇 명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예 볼 수 없는 친구(?)도 있으니 세상의 모든
것이 꼭 성적순도 아니고 어떤 부모를 만났는가에 따른 것도 아닌 것 같다.
간혹 나는 집사람에게 이런 말로 투덜거리곤 했다. "내가 만약 당신을 만나지만 않았어도 나는 지금쯤 무엇인가
를 크게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사회적 지위도 대단한 자리에 있을지 모른다." "위인전에서 읽었는지 드라마에서
보았는지 몰라도 가장으로써의 나의 우상은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이었다. '김정호'는 가정과 관련된
모든 것을 마누라에게 맡기고 본인은 지도를 만들기 위해 밖으로만 돌았다. 나도 결혼하면서 당신에게 집안의
모든 일을 맡기고 밖으로 돌면서 큰 일을 도모하려고 했다. 그런데 당신은 나를 가정이라는 울타리안에 가두고
쫀쫀한 사람으로 만들어 오늘날 이 모양 이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 집사람의 반격도 세게 들어온다. "당신
같은 사람은 나 만나서 그래도 이 정도로 살고 있는 것을 복으로 알아라. 만약 당신 하고 싶은 대로 살게 놔 뒀
다면 지금쯤 노숙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사실 집사람 말이 맞을 수도 있고, 또 이제와서 이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는 젊었을 때의 계획이나 각오는 다 접어두고 이런저런 생각없이 '일십백천만'이라도 실천하면서 살려고
한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아무리 쉽게 보이는 것이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기에 나의 실천법을 읊으며 실천의지를 다시 한 번 다져본다.
'일십백천만'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하루동안에 해야 할 일로 "한 가지 이상 좋은 일을 하고, 열 번 이상
웃고, 백자 이상 쓰고, 천자 이상 읽고, 만보 이상 걸으라"는 것인데 나는 일십백천만의 순서가 아닌 내가
실천하는 순서대로 써 보고자 한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한컵 마신다. 그리고 실없는 사람처럼 한 번 웃는데 이게 잘 안 될 때도 있다.
하루가 끝날 때쯤 오늘 몇 번이나 웃었는가를 세어보면 열 번을 채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그냥이라도 '허허'하며 웃어 본다.
웃으면서 현관문 밖에 놓여 있는 신문을 들고 와서 읽는다. 먼저 경제관련 글을 보는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
하고는 큰 제목과 작은 제목만 훑어 본다. 신문 뒤쪽의 약 2장은 대개 각종 칼럼이나 사설이다. 사설 하나만
읽어도 천자정도 되고, 칼럼 하나만 읽어도 천자는 된다. 따라서 하루에 천자 이상 읽는 것은 제일 먼저 실행
하고 제일 쉽다. 최소 3천자 이상은 읽고 때에 따라서는 5천자나 만자 정도는 읽는 것 같다.
공휴일은 다르지만 평일엔 자동차로 출근하면서 나의 주문도 외우며 혼자 그냥 또 웃어 본다. 만약 끼어들기
를 하려는 차가 있으면 기꺼이 양보한다. 그러면서 스스로 좋은 일 하나는 쉽게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파트
복도에 있는 전단지를 줍거나 화단에 있는 담배꽁초를 줍는 것도 좋은 일이고 남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한 가지 이상 좋은 일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긴다.
다음으로 쓰기와 관련된 것인데 언제부터인지 컴퓨터와 가까이 지내면서 일기를 쓰는 것은 좀 멀어졌다. 물론
어쩌다 일기장을 펼치기도 하지만 그때그때 생각나는 글을 수첩에 메모하는 정도이고 자판을 두드리며 하루에
백자 이상 쓰는 것을 실천한다. 남의 글에 댓글도 달고, 나의 글에 대한 댓글에 답변도 달고 그러면서 쓰다보면
백자 이상 쓰는 것은 일도 아니다. 비슷한 말을 중복해서 쓰는 것을 포함하면 최소 하루에 5백자 이상은 쓰는
것 같다. 간혹 댓글이나 답글을 달면서 웃음을 주는 글이 있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웃는다. 어느 때는 그냥
미친놈처럼 일부러 웃는다. 이렇게 하다 보면 '일십백천만' 중에서 '일십백천'은 실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 같다.
제일 어려운 것이 만보 이상 걷는 것이다. 만보계로 측정해 보면 하루가 끝날 때까지 5천보도 안 되는 날이
대부분이다. 물론 골프를 치러 필드에 나간 날은 2만보를 넘어 3만보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책상에 앉아서
보내는 날이 많은 탓으로 만보 이상 걷기가 어렵다. 하루에 열 번 이상 웃는 것도 어렵지만 현재로써는 만보
이상 걷는 것이 제일 어려운데 이를 실천하는 것이 앞으로 나의 과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