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응급실에서의 몇 시간

헤스톤 2014. 5. 7. 09:42

 

 

 

동네사람들과 놀다가 밤 늦게 집에 들어 온 집사람이 켁켁거린다.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술을 좋아하는 것인지 밤 늦게 다니는 집사람이 못마땅하지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왜 어디가 불편해?"

"목에 가시가 걸렸는데 안빠지네.."

"무엇을 먹었는데?"

"회 먹고..매운탕 먹다가 걸려 가지고..분명 있는데 안나와.."

"병원에 가 보는 것이 어때?"

"식당주변 정형외과가 문을 열고 있기에 갔더니 의사가 없어서 핀셋 달라고 해서 빼려고 했는데 목에 상처만 내고..

피가 나와..종합병원 응급실에 가 보라고 하네.."

"그럼 응급실에 가야지 왜 집으로 왔어?"

"오늘밤은 자고 내일 아침 병원에 가보면 되겠지 뭐~"

그러면서 집사람은 켁켁거리며 화장실에 들락거린다.

이 와중에 싫은 소리 한마디 안하면 내가 아니다.

"그게 다 술 먹지 말고..일찍일찍 집에 들어오고..남편한테 잘 하라는 신호야..알겠어!"

 

침대에 누웠다. 잠이 안온다. 

"목에서 피가 나오는가?" "응 조금씩..괜찮아.."

잠이 안온다. 불안해진다.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입었다.

 

 

 

밤 12시 넘어 응급실로 갔다.

대기환자가 많아  접수하고 기다리는데 일각이 여삼추라고 약 10여분 지난 것 같은데 한시간 이상은 기다린 것 같다.

 

목을 이리저리 비춰보던 젊은 의사선생님 왈..

"여기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응급실에 장비가 갖춰있지 않아 조금 있다가 이비인후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또 하염없이 기다린다. 계속 불편해 하는 집사람..내가 아프다.

 

옆에선 눈 주위로 상처를 입은 학생이 외과수술을 받고 있다. 마취를 하고 꿰매는 탓인지 아프지 않은 모양이다.

부모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계속 쳐다본다. 그러는 중에 두명의 부축을 받으며 머리를 감싼 환자가 들어온다.

귀 뒤쪽으로 큰 상처가 있는 듯 하다. 급하게 처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집사람에게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시간이 자꾸만 간다.

사실 그리 오래 기다린 것은 아닌데 몇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옆 동 2층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갔다. 내 아들보다도 어린 것 같은 의사가 앉아있다.

코 내시경으로 이곳저곳을 훑어본다. 집사람이 핀셋으로 쑤셔댄 곳이 크게 부어있다.

의사선생님과 함께 아무리 쳐다봐도 가시는 보이지 않는다. 집사람은 계속 가시가 있다고 한다. 그래도 없다.

의사선생님 왈  "침 넘길 때 부어 있는 곳으로 인해 그럴 수 있습니다. 한 이틀 지날 때까지 계속 불편하시면 내원해

주시고요..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나도 한마디 했다. "아무리 쳐다봐도 없으니까..안심해..피도 안나오고.."

함께 2층에서 내려오는데 집사람이 말한다. "아까까지만 해도 있었는데..내려간 것 같아.."

 

 

 

 

집사람에겐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하고 계산을 한 다음 지하에 있는 야간 약국으로 내려갔다.

위의 사진에 있는 것처럼 시간은 밤 1시 17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로 약 5분정도 지난 것 같다. 

항생제와 진통제가 들어있는 약을 받아들고 1층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집사람이 없다.

 

화장실이라도 간 모양이라고 여기며 기다리는데 나타나질 않는다. 

핸드폰을 하니..아무래도 찜찜해서 다시 이비인후과에 갔다고 한다. 뭐가 찜찜한지 이해가 안가는 나는 화가 나지만

그냥 참기로 한다. 그래 나는 도를 닦은 높은 인격의 소유자이니까..

 

옆에 동남아 계통의 젊은 여자가 어린애를 안고 있다. 아마 애기가 아파서 응급실에 온 모양이다.

아무리 봐도 주변에 남편처럼 생긴 사람은 없다. 혼자 안고 온 것이다.

계속 칭얼대는 애를 안고 의자에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얼르고 있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여자가 어떤 상황인지는 몰라도 잠시라도 이 젊은 여자의 보호자가 되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보기에 안쓰러워 나도 애기에게 눈을 맞춰주며 괜찮을 것이라는 신호를 주었다.

이 여자에게도 괜찮을 것이라고 위로의 눈짓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집사람이 왔다. 이럴 때는 시간이 빨리 간다. 조금 더 있다가 와도 괜찮은데.. 

 

아무래도 찜찜해서 다시한번 내시경으로 목안을 보고 에어로 청소를 하고 왔단다.

집에 도착하니 어느덧 짧은 바늘이 3시근처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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