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호칭

헤스톤 2013. 6. 20. 21:24

 

 

 

이 세상에 태어나 얼마나 많은 직위나 직책으로 살아갈까? 이로인해 얼마나 많은 호칭을 갖고 살게될까? 인간들은 아빠, 엄마, 형, 동생, 삼촌, 조카처럼 가족이나 친족관련 호칭말고도 수 많은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간다. 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는 아저씨나 선생님 혹은 사장님으로 불리기도 하고, 병원이나 백화점에서는 아버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나를 부르는 직위 혹은 직책관련 호칭들을 보니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은행에서 29년 근무한 탓으로 알게된 수 많은 선배, 동료, 후배들은 나를 지점장으로 부른다. 9년넘게 지점장을 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마지막 직위가 지점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가장 많이 듣게 될 호칭이 아닌 가 한다.

나의 아버지는 40대 후반 약 9년간 면장을 하시다가 퇴직하셨는데, 돌아가실 때까지 퇴직후 30년이상을 많은 사람들로부터 "면장님"으로 불리셨다. 물론 고향의 몇몇 유지들로부터는 시인(詩人)으로 통하였지만, 대부분 면장이라고 불렀고 나는 어려서부터 면장 아들로 불리어졌다.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한테는 아직도 나는 면장댁 큰아들이다.   

 

나의 시골 초등학교 동창중 서울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동창들은 나를 회장님으로 부른다. 무슨 종신직처럼 재경회장을 오랫동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자신들이 책임지기 싫어하는 일이 생기거나 무슨결정을 할 때는 회장님이라고 부른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직위가 이사이기에 이사로 불린다. 현재로써는 나를 부르는 호칭중 가장 많이 듣는 소리이다. 회사직원이나 협력업체 직원들 뿐만 아니고 약 2년여전부터 명함을 받은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 회사를 그만두게 될 때까지는 그렇게 될 것이다. 

 

올해 들어와서는 몇 개가 더 늘었다. 먼저 지난 4월 모 월간 문예지를 통하여 등단한 탓으로 많지는 않지만 시인으로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까지는 많이 어색하다.

지난 5월에는 내가 사는 아파트의 동 대표가 되었다. 그래서 동 대표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최근 동 대표 임원선거에 나가 감사로 당선되었다. 앞으로는 감사로도 불리게 될 것이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과 어느 곳에서 함께 근무하였는 지와 어떤 곳, 어떤 만남으로 알게되었는 지에 따라 천차만별로 불리어지게 된다. 지점장, 이사, 감사, 회장, 총무, 대표, 시인 등등

방금 전 전화가 왔다. 은행에 있을 때의 거래처 강 모 사장으로 약 1년만인 것 같다. "지점장님! 오늘 CEO 아카데미 모임 갔다가 형님소식 들었어요..모 문인협회장이 그러는 데 이사님이 시인되셨다면서요.."

몇 마디 안되는 말중에 나를 지칭하는 것이 지점장, 형님, 이사, 시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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