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약속

헤스톤 2013. 7. 30. 17:44

 

 

 

한강을 자주 바라보며 살지만 뚝섬유원지에는 1년에 한번정도 가는 가 보다. 영동대교를 건너거나 옆으로 지나치기는 해도 돗자리 깔고 맥주 한잔 들이키는 것은 무슨 모임이 아니면 가지않기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7. 27) 저녁 이곳에서 예전 상계동 성당 ME모임을 갖게 되었다. 강바람이 시원하다. 한달에 한번씩 모이는 ME모임을 다음 달(8월)에도 이곳에서 하기로 하였으니 또 오게될 지 모르겠지만 거의 1년만인 것 같다. 한참 웃고 떠들다 보니 깜깜한 밤이 되었고 청담대교 야경을 구경하게 되었다.

 

술도 어느정도 되었기에 다리밑으로 갔다. 다리를 보고 있노라니 여러가지 생각들이 왔다갔다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미생(尾生)이란 사람이 생각난다. 중국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미생이란 사람이 떠오른다. 옳고 그름의 기준은 무엇인가. 갑자기 무엇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 사람에 대한 고사(故事)내용을 더듬어 본다. 순박한 청년인 미생은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어느날 그 여인과 다리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녀와 만날 즐거운 시간을 기대하면서 그가 약속장소인 다리아래에 나갔으나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큰 비가 쏟아져 강물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생은 약속장소인 다리아래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가 결국 교각을 끌어안은채 익사하고 말았다. 여기에서 유래된 말이 미생지신(尾生之信)이다.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우선 그녀는 왜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나? 그녀가 약속만 지켰어도 미생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랬다면 이런 고사도 없겠지만 말이다. 정말 약속이란 목숨보다 더 무거운 것인가?

약속(約束)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 의하면 "1) 장래의 일을 상대방과 미리 정하여 어기지 않을 것을 다짐함, 또는 그런 내용. 2) 미리 정하여 어기지 않고 함께 하기로 다짐하다."로 되어 있다.

미생지신은 신의가 굳다(史記 소진열전)는 뜻과 우직하여 융통성이 없다(장자 도척편)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생의 약속에 대하여 소진(蘇秦)과 장자(莊子)의 평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본다. 누구의 평가가 옳은 것일까? 우선 나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분명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럼 목숨을 걸 정도로 지켜야 하는 것인가? 목숨을 걸어도 괜찮을 가치가 있는 약속이라면 지켜야 한다고 본다. 역사의 유명인들이 약속을 소중하게 지킨 각종 사례는 매우 많다. 그러나 일반인이 보기에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없는 일에 목숨을 걸은 사례는 보지 못했다. 따라서 반드시 지켜야 하되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없는 약속에 목숨을 버려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렇다고 위의 미생고사에서 장자(도척편)의 의견에 완전 동의한다는 말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나는 미생이 아니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장자쪽으로 한 클릭 정도 이동한 것 같다.

 

 

 

 

아래의 사진들은 그 곳(한강 뚝섬 유원지)에서 밤 8시부터 하는 분수쇼를 담아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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