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는 지 모르겠다. 어쩜 나도 시인(詩人)이란 말이 듣고 싶었나 보다. 이제 내가 시인이란다. 그리고 신인이다. 이 나이에 신인(新人)이다. 시인이건 신인이건 아주 듣기 좋은 말임에는 틀림없다. 나의 속 어디에선가 시인으로 불리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얼마전 "월간 모던포엠"이라는 곳에서 신인문학상 작품을 공모한다기에 응모하였다. 당선되었다는 통보가 왔었다. 그리고 그저께 모던포엠 카페에 신인문학상 당선작으로 공고되었다. 수십명의 문인들이 축하댓글을 달아주었다. 책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나온다고 하다. 물론 어느 귀퉁이에 나의 당선작이 실릴 것이다. 이제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하게 되었다. 그런데 왠지 너무 큰 옷을 입은 것 같아 어색하다.
그러나 곧 익숙해지리라고 본다. 시인으로 부끄럽지 않도록 고운 글을 쓰도록 노력할 것이다.
당선된 작품은 3편(기울어진 나무, 4월, 청암산장)인데 이미 모두 나의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고 해서 그 중 청암산장과 당선소감만을 옮겨 보고자 한다.
靑 巖 山 莊
저녁놀에 秋風이 살랑이니
水色이 변하고
정을 뗀 나뭇잎의 응원으로
굽이돌아 흘러가는 무심한 산골
하늘을 가리고 땅을 가린
울창한 숲과 푸르스름한 바위로
더욱 슬플 수밖에 없는
과거의 위세와 영광 속에
자리 잡은 외로운 기와지붕
지난여름 폭우에도
자세의 흐트러짐이 없이
죄의 자국을 씻지 못한 서러움으로
구름을 부여잡고 울며 서 있는
孤獨의 鶴
長江의 다리를 잊고
도시의 건물을 잊고
꿈속의 한평생을 가슴에 묻은 채
어둠을 삼키고 있는
孤高한 청암산장
박 형 순
충남 금산 출생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경영학 석사)
IBK 기업은행 지점장
㈜ 영신 이사 (현)
현재 회사에서 생가금(생각을 가다듬는 금요경제)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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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선 소 감
아버지 시비(詩碑)를 보며 나도 시인으로 불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지 5년이 넘었습니다. 나름대로 남의 글도 많이 읽어보고 나의 글을 쓴다고는 하였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원고를 보내놓고 불안했습니다. 전공이나 직업적으로 숫자와는 가깝게 지냈지만 문학과는 거리가 있었기에 제대로 공부도 안 하고 시험을 치른 것처럼 찜찜한 기분이었습니다. 고향에서 시인으로 통했던 아버지가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국문학을 전공한 여동생이 웃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13년 봄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오랜 시간을 숫자와 씨름하며 살아온 사람도 시인이 될 수 있나 봅니다. 인생 2막의 생활을 한 지도 2년 이상이 지난 이 나이에 신인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도 않고 어울릴 수도 없지만 지금까지의 인생 중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좋은 봄입니다. 최근 들어 작년 12월 아들이 취직을 했다는 소식과 함께 가장 기쁜 소식입니다.
여러 가지로 어설픈 작품을 뽑아준 전형철 월간모던포엠 발행인님과 심사위원님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큰 창고를 하나 선물 받은 기분입니다. 그 창고를 어떻게 채우느냐는 저의 몫이겠지요. 고운 빛깔의 알찬 글들로 채우겠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끊임없이 하나하나 쌓아가겠습니다.
나의 영원한 동반자인 미카엘라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들아! 보았느냐! 네가 고등학교 때 전국청소년대회 글짓기부문에서 특선 받은 것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