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착각(생각차이)

헤스톤 2013. 8. 14. 09:55

 

 

제목을 착각으로 달고 보니 먼저 그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몇가지 유머가 있다.

 

- (남자들) 못생긴 여자는 꼬시기 쉬운 줄 안다

- (여자들) 남자가 자기한테 말걸면 작업거는 줄 안다 

- (엄마들) 자기애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해서 공부를 못하는 줄 안다

- (학생들) 앞사람 등뒤에 숨어서 선생님이 안보이면 선생님도 자기가 안보이는 줄 안다

 

 

신호등없는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고 좌우를 살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통상 왼쪽부터 본다. 우리나라는 차량이 우측통행이기 때문이다. 왼쪽에서 오는 차는 없고 오른쪽에서 빠른 속도로 차가 달려오고 있다. 그리고 상당한 거리를 두고 그 뒤로 또 한대가 오고 있다.

오른쪽에서 빠른 속도로 오는 차를 보내고 건너면 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 뒤에 따라 오는 차와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었다. 왼쪽에서 오는 차가 없으니 횡단보도의 중간지점까지 천천히 걸었다. 오른쪽에서 오는 차가 원래 속도대로 지나가고 건너면 된다. 이것이 나의 판단이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판단일 뿐이었다. 오른쪽에서 오는 차의 운전자는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으니 갑자기 속도를 늦춘다. 그 사람은 내가 먼저 건너간 다음에 가려고 했던 것 같다. 횡단보도앞에서 급정거하여 차를 멈춘다. 나는 나대로 횡단보도 중간지점에 서 있다. 서로 노려본다.

나는 그가 원래 자기속도대로 가면되지 왜 서는 지 모르겠다는 눈초리를 보내고, 그 사람은 횡단보도를 건널 것 같으면 빨리 건너지 왜 천천히 가느냐는 듯 하다. 기분이 상한다.

누가 착각한 것일까? 서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높은 탓일까?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다른 사람에게도 통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시절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시골 신작로에서 있었던 일이다. 신작로라고는 하지만 자갈이 매우 많았다. 사람, 차, 자전거 등이 지나가던 자리는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었다. 전기나 전화도 없던 시절로 우리면에서 차를 가진 사람은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군 전체로도 관공서 차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따라서 차가 많이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 동네에 차가 들어오면 애들은 차 뒷꽁무니를 따라다닐 때이었다.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냇가에서 놀다가 혼자 집에 돌아가는 중이었다. 신작로를 건너려는데 차가 왼쪽에서 오는 것이었다. 지프차이다. 천내강(금강 상류)에 놀러가는 군청 직원들과 업자가 탄 차로 추정된다. 그 차가 지나간 다음에 도로를 건너려고 가장자리에서 잠시 기다렸다. 가장자리 뒤로는 개울이다. 그런데 똑바로 가는 줄 알았던 그 차가 자꾸만 내가 서 있는 가장자리로 달려오는 것이었다. 저 각도로 오면 나를 칠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마땅치 않았다. 순간 안되겠다 싶어 나는 도로 맞은편으로 뛰었다. 차가 급정거를 하며 섰다. 거의 사고가 날 뻔 했다. 운전수가 신경질을 낸다. 타고있던 인간들도 막 뭐라고 한다. 기분 엿 같았다. 누구의 잘못인가. 누가 착각한 것인가. 왜 사람있는 곳으로 차를 몰아 위협에 빠뜨린 것일까? 그 뒤에 생각해보니 내가 서 있던 곳이 그래도 차가 다니기 조금 편한 곳이라고 여겨 운전수는 그쪽으로 몰았던 것 같다. 

 

여기에서 느낀 바가 있다. 운전할 때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 안된다. 속도도 갑자기 높이거나 줄이면 안된다. 조금 가기가 불편해도 가던 길로 가는 것이 안전을 위한 것이다.

사고는 순간이다. 상대의 생각을 읽을 줄 모른다면 그냥 단순한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천천히 가면 된다. 어차피 늦은 인생 조금 더 천천히 가는 것도 괜찮다.

 

 

 

 (지난 8월초 여름휴가시 임페리얼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젊은 정사장 부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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