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느 봄날

헤스톤 2013. 5. 9. 18:30

 

 

 

 

어느 봄날 1

 

 

무슨 숙제처럼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것이 있었다. 특히 월간 모던포엠이라는 문예지에 시 부문 당선이 되고난 후 왠지 모르게 가 보지 않으면 안될 곳이 생겼다. 세종대왕릉이다. 이 땅에서 한글을 사용하고 있는 백성으로 그리고 어줍잖게 시(詩)를 쓴다는 사람으로 갔다 오지 않으면 벼락이 내 머리를 때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여주에 있는 영릉(英陵)에 갔다.

그리 먼 곳이 아니었다. 입장요금은 500원이었다. 아니 세상에 500원이 뭐야..궁금해요..궁금하면 500원..뭐 그런 건가. 그래서 관람권을 판매하는 여자분에게 이거 받아서 되겠느냐고..2천원은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였더니 웃으며 하는 말 "평소에 세금 많이 내시잖아요. 그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그냥 그 말이 예쁘다.

 

사실 조선의 왕중에서 대왕이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는 분명 대왕중의 대왕이시다. 최고의 성군이다. 옷깃을 여미고 숙연한 마음으로 그의 동상앞에 섰다. 그리고 묵념을 올렸다.

 

 

 

 

그리고는 왕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왕릉앞에서 다시한번 묵념을 올렸다. 백성을 사랑한 위민정치의 표본으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다. 수많은 업적이 있지만 한글은 우리민족의 자랑이다. "쉬운 글자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대에 따라 계속 변형은 되겠지만 한글은 영원할 것입니다. 죽는 날까지 잘 쓰겠습니다."  

 

핸드폰이 울린다. 조금 더 방해받고 싶지 않았는 데 어쩔 수 없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의 사람들이 이렇게 각자가 전화기를 들고 다니고 TV나 인터넷을 들고 다닐 줄 몰랐을 것이다.

 

 

 

 

 

 

 

어느 봄날 2

 

 

날씨가 너무 좋다. 너무 좋아 신경질이 난다. 공휴일에 이렇게 좋다는 것은 하느님의 실수(?)이다. TV를 끌어안고 있거나 소설책을 읽고 있기에는 바깥날씨가 아주 죽인다. 그렇지만 무슨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할 일도 없다.

 

근처 골프연습장에 갔다. 지금까지의 인생 길이 많이 어긋나 있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단 말인가. 그냥 사정없이 때렸다. 힘이란 힘은 잔뜩 주고 막 후려갈겼다. 죄없는 골프공에 대고 화풀이를 하는 격이다. 공이 잘 나갈리가 없다. 방향도 엉망이고 거리도 형편없다. 손가락 일부 피부가 까질 것 같다. 그래서 반창고를 붙이고 때렸다. 공이 올라오는대로 별 생각없이 휘둘렀다. 간혹 잘 나가는 것도 있지만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이 많았다. 그러다가 슬슬 잘 쳐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을 빼고 부드럽게 스윙을 하니 제법 잘 나간다. 욕심을 내려 놓으니 방향도 좋고 거리도 제거리를 간다. 그래 모든 것 내려놓자. 이 세상에 어디 내 소유이었던 것이 있었던가. 나 싫다고 하는 사람 억지로 붙들 지도 말자. 어차피 인생은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것이다.

 

 

 

 

 

약 2시간 정도 연습볼을 친 다음 멀지 않으면서 가볼만한 곳이 어디 있는 가 생각해보니 남양주종합촬영소가 떠오른다.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니 천천히 가도 30분이내의 거리다. 어렸을 적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나. 만약 그 길로 들어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보지 않은 길이라 뭐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쯤 생계곤란을 겪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도 할 수만 있다면 해보고 싶은 것이다

 

 

 

 

 

입구의 매표소 아가씨 하는 말.. 혼자세요? 아마 혼자 이런 곳에 오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가족단위 내지는 친구끼리..혹은 연인끼리 오는 곳이리라. 그러나 나는 안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세상사람들은 나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통사람들은 모두 자기 생각하며 살기도 바쁘다. 관람요금 3,000원을 내고 들어갔다.

 

때마침 시네극장에서 "7번방의 선물"이라는 영화를 상영한다고 한다. 몇 개월전에 부부동반으로 ME모임에서 보기로 한 것인데 나는 운동약속이 있어 보지 못한 것이다. 마침 잘 되었다는 생각으로 영화관에 들어갔다. 이 영화 한편 보는 것만으로도 관람요금 3,000원은 충분히 보상받았다는 생각이다. 약 2시간여 상영되는 그 영화에서 눈물이 몇 번 났다. 주인공 남자가 사형집행되는 날 바보라도 자기가 죽을 날은 아는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딸과 함께 붙잡고 우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판문점세트, 민속마을세트, 전통한옥세트 등 야외시설만 돌아다녔다. 영상지원관은 나중에 시간되면 보기로 마음먹었다. 주변경치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해가 서쪽 산으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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