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구매업무 2년

헤스톤 2013. 3. 6. 20:40

 

 

 

지금까지 나의 블로그에 게시한 글 중 조회수가 가장 많은 글은 약 1년6개월전에 쓴 "구매업무 6개월"이라는 글이다. 지금도 이 글은 매일 나의 게시글 Best 1, 2순위에 랭크되어 있다. 최근에도 조회수가 제일 많은 글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취업전선에 뛰어든 20대들이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나의 낚시성 제목에 걸려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탓으로 나의 블로그 방문자는 연령별로 50대와 비슷하게 20대가 주를 이룬다. 20대의 젊은 남녀들이 무엇때문에 나의 블로그에 들어오겠는가? 성별로는 남자가 조금 더 많은데 그들에게 취업이 그만큼 관심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목을 "2년이 지났다"로 할까 하다가 처음 생각난대로 그냥 "구매업무 2년"으로 하였다. 이번에도 다분히 낚시성 제목이다. 그런데 제목을 보고 들어왔다가 실망만 안고 갈 20대들이 있을 까봐 살짝 걱정도 된다.

 

 

 

 

여하튼 2년이 지났다. 은행원생활 29년을 마치고 어떤 계기가 되어 지금의 회사에서 구매부문장으로 근무한 지 2년이 지났다. 짧다면 짧지만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시간들이었다. 제조업도 처음이지만 담당업무도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다만 업체를 상대하는 일은 계속 해 오던 일로 30여개의 협력업체가 있고 메이저급으로는 10개 미만의 원부자재업체가 있다.

구매를 담당하고 있다고 언제나 갑(甲)의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갑처럼 보이는 을의 입장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런 것보다는 말 그대로 협력관계라고 해야 옳은 표현일 것이다. 친구(Friend)관계라고 해도 괜찮을 것이다.

 

입사시 처음에는 생소한 언어들로 의사소통도 힘들었다. 영어의 뜻도 기존에 알던 것과는 약간 다르게 활용되기에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우리나라말을 알아 듣는 것이 더 어려웠다. 접점불량, 인장강도, 압입쇼트나 핫바안착 같은 기술적인 용어는 말할 것도 없고 미출이나 양산을 태운다는 말 등도 헷갈렸다. 구매란 보다 질 좋은 자재를 싸게 구입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가격과 관계없이 질이 떨어지는 자재를 구입해서는 절대 안된다. 품질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2년동안 허송세월만 한 것은 아니다. 각종 보고하는 양식을 신설 내지는 전면적으로 수정 하여 효율성을 높이려고 하였다. 어느정도는 나의 색깔을 입힌 것이다. 업무체계를 정립하면서 나름대로 한 일도 여러개 있다. 당연히 구매부문직원들의 협조로 이루어진 것들이지만 기본적으로 매년 단가협상을 큰 잡음없이 처리하여 왔고, 각종 Claim도 원활하게 처리하였다. 각종 제도를 변경하거나 개선하여 단가나 물류비를 절감하기도 하였다. 부자재 공동구매, 창고관리방법 개선, 소모품 맞교환제도 실시, 물류운송방법 변경 등을 추진하였다. 앞으로도 계속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판매가대비 구매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협력업체에 대한 단가인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냥 일상업무를 수행하면서 협력업체와 서로의 애로사항이나 해결하려 한다면 쉬운 업무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인가 생각을 하면서 답을 내려고 하다보면 결코 편한 자리는 아닌 것 같다. 아직 할 것이 너무 많다. 갈 길이 멀다. 희한한 것은 계속 머리를 굴리다 보면 할 것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뜻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구매업무 2년이다. 어쩜 3년은 되어야 할 지도 모른다. 서당개 3년이 되어야 풍월을 읊고 식당개 3년이 돼야 라면을 끓인다는 말이 있듯이 3년은 지나야 어느정도 익숙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대표 출마  (0) 2013.04.17
횡설수설  (0) 2013.03.31
생가금 1년  (0) 2013.01.29
아들의 취직  (0) 2012.12.26
모르면 봉이다  (0) 201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