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기울어진 나무

헤스톤 2012. 6. 11. 20:37

 

 

 

   얼마 전 태안에 갔을 때의 일이다. 리조트의 발코니에 나와 바다쪽을 보았다. 강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 탓으로 근처의 나무들이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 나뭇잎들은 한시도 쉬지않고 흔들거린다. 흔들거리는 세상을 생각하다가 기울어진 나무들을 보았다. 한참을 보았다. 내가 거기 있었다.

 

(그 곳에서 사진을 담아오지 못해 그 나무들의 사진은 없고, 위의 사진은 사무실에서  내 등 뒤로 보이는 풍경으로 기울어진 나무 두그루가 보인다.) 

 

 

 

  기울어진 나무      (제남   박 형 순)

 

 

 

바르지 못하다고 욕하지 마라

기울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는가

똑 바로만 가서는 목적지에 갈 수도 없고

살고있는 지구도 기울어서 돌고 있다

다행인 지 불행인 지 휘어지고 볼 품없어

번개도 비껴가고 연장도 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기운 것은 절대 아니다

나의 부모도 이리될 줄 알지 못했다

변명처럼 들리는 말 몇 번이고 말하지만

이 곳에 자리잡은 것은 내 의지가 아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봤지만

이렇게 바람 불 줄 알지 못했다

 

동정의 눈빛은 이제 사양한다

하루종일 비린내와 모래를 뒤집어 쓰고

모진 풍상 없는 날 하루도 없었지만

이리 사는 것이 나의 삶이라 여기며

가지 뻗어 꽃 피우고 잎 키우며

살 만큼 살려고 애를 쓰고 또 써 본다

 

제발 못 났다고 침 뱉지 마라

남보다 좀 더 힘든 모습으로 살았을 뿐

누구를 탓하거나 해 끼치며 살진 않았다

피사의 사탑도 오랜 세월 묵묵히 견디듯이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들지 몰라도

주어진 삶은 아주 착실하게 쌓아 가련다

 

 

 

(휴일날 어느 한의원에서 침 맞기위해 대기하고 있는 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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