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겨울로 들어간 낙엽

헤스톤 2012. 12. 9. 09:50

 

 

 

 

 

 

      겨울로 들어간 낙엽

 

 

                                                                  제 남    박 형 순

 

 

뿌리도 아니고 줄기도 아니기에 오래오래 나뭇잎이고 싶었지만

마알간 모습의 푸른 잎을 시간은 허락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을 뽐내던 날은 잠시이고 해가 서산으로 기우는 날

추억보다는 쓸쓸함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말았으니

 

세상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는 것부터 쉽지만은 않았으나

꺾어지거나 추위에 떨고있는 앙상한 가지가 위안을 주어

비슷한 처지가 되어버린 군상들과 무한자유를 만끽하던 중

바람을 희롱하여 경험하지 못한 분위기와 어울리기 무섭게

밟히고 찢기며 본래 모습마저 상실해가고 있었으니 

 

 

어느 곳에서도 반기는 이 없어 눈치보며 자세를 낮추었을 망정

낙오자가 아니라는 자부심으로 비굴하진 않았는 데

어느 덧 빗질에서 도망치고 청소차량 피하는 도망자신세 되어 

이기지 못할 계절을 탓하는 상처투성이의 낙엽으로 불린다

 

하늘에서 송이송이 쏟아져 쌓이기 전까지는 정말 낙엽이었고

불꽃놀이에 가지 못한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정착지를 찾았는데

겨우내 녹을 수 없는 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서러운 운명이지만

하이얀 이불속에 누워 한 세월 보내는 것도 평화라고 여겨본다

 

어쩌면 이것이 성실하게 살아 온 과거의 보답이라 여기며

성숙한 마음으로 염불 외우고 묵주기도 열심히 올리다 보면

새 봄이 오는 날 알맞게 썩은 거름으로 희망을 곱게 심어

새순이란 이름으로 뽀오얀 얼굴 내밀어 세상구경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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