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월
제남 박 형 순
엘리어트시인이 읊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욕정을 뒤섞은 봄비가
가슴속 잠든 뿌리를 적시게 하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을 피울 수 있는 정열의 달
사십 넘기면서 중얼거렸다
사월은 가장 힘든 만혹의 달
어제의 기억과 내일의 욕망을 담은 봄바람이
가지끝으로 물을 오르게 하여
영화나 소설속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착각의 달
개나리가 흐느적거리며 흐느낀다
놀아 줄 시간 없다고 하면서도
햇살담은 촉촉한 모습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우라지게 화창한 날씨가 기분 나쁜 지
연한 잎 사이로 노오랗게 보고있다
약간 남은 겨울의 따스함을 땅속에 깊게 묻고
봄내음 잔뜩 실은 쑥들이 쑥쑥 올라오는데
잠에서 겨우 깨어난 고양이처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사월은 가장 바보같은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