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렵다 어려워

헤스톤 2012. 1. 19. 18:40

 

 

 

   "지앤디 저항 스펙 오버 문의사항에 대하여 추가시험중이고, 티엘 이오구 신규승인품 개별 납입사양서 작성중입니다." 이번 주 있었던 기술회의시 오픈닝 멘트후 첫 발표자의 첫 말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회의 참석하자마자 어리둥절하다. 처음부터 무슨 말인 지 모르겠다.

   이 회사에 들어온 지 어느덧 10개월이상이 지났는데도 30%정도만 알아들을 정도이다. 용어들이 너무 어렵다. 도대체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회의시 노트에 이것저것 기록해놓고 내가 속해있는 구매부문 직원들에게 물어보지만 기록이 잘못되었는 지 속시원한 대답을 듣는 경우도 30%미만이다.

 

   회의는 계속된다. 자료를 들춰본다. "280R 6가지 부착방식으로 고온 Test 진행중, 260R 내열개선품 고온 Test 진행중"등의 글자가 있다. 자료를 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대충 쉴드(shield)관련 내용이라는 것만 알겠다. 처음 입사할 때는 shield가 뭔지도 몰랐으니까 아예 허송세월은 아니었나 보다. "51P 고객사 후속조치와 30pin Eye pattern 검토" 등에 대한 말이 오갈 때는 그냥 커넥터(connector)관련이라는 정도만 알 뿐 그 내용자체에 대하여는 어렴풋이 알 뿐이다.

   그리고 왜 이리 영어용어가 많은 지 어느때는 거의 절반이 넘는다. 어느 발표자의 말이 계속된다. "function test problem 해결방안으로 pin block 교체 및 검증이 진행중이고 hot bar 문제점 개선조치 및 maintenance 실시중입니다." 대부분 이런 식이다. 속된 말로 짬밥이 어느만큼 되어야 알아들을 모양이다. 지금으로서는 그냥 답답하다. 너무 어려울 뿐이다.

   대부분의 회의가 그렇듯이 1시간을 넘기는 것은 기본이다. 약 1시간을 넘으면 엉덩이가 근질거린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따분하다. 그렇다고 그냥 일어나서 나가버릴 수는 없다. 간혹 나의 부문과 관련된 내용도 나온다. 잘 알지 못하는 기술적인 내용으로 논쟁을 할 때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속으로 투덜거리기도 한다. "지금 하는 얘기는 한달전의 그 내용이잖아. 왜 빨리 결론을 안 내리고 질질 끄는 거야."

 

   회의 진행자의 말도 잘 못알아 듣겠다. "부분도금과 단말급전 개선안 재 수립하여 해외법인 솔루션 제공하시고, 도체박리 개선결과 공유후 메이크업 일정 수립할 것"등의 말이다. 주간업무 보고자료와 지난 회의록을 보면서도 아는 용어보다 모르는 용어가 더 많다. 답답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모르는 이것저것을 알고 싶어하는 의지가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아무리 노력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첫째 이유이고 다음은 슬슬 모르는 상태로 덮어 버리고 싶어한다. 이래서는 안되지 하면서도 자꾸만 의욕이 일어나질 않는다. 좀 더 자신에게 자극을 주며 젊게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어느정도 근무년수가 되어야 알 수 있는 것들까지 한꺼번에 알려고 하지말자. 괜히 스트레스만 쌓인다. 천천이 걸어가며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은 잘 간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 모르게 간다. 어렸을 때는 책 한권을 다 읽을 정도로 한참을 공부해도 점심시간이 안되었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놀아도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았는 데, 지금은 출근해서 오전에 눈 몇 번 깜작거리면 점심때이고, 서류 몇 개 들척거리며 하품 몇 번 하면 해 떨어져 깜깜하다.

   자! 힘을 내자. 시간탓하고 머리탓하며 자꾸만 어렵다고만 하지말고 차근차근 하다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잘 안보이면 눈을 조금만 더 크게 떠 보자

 

 

 

 

  - 2012년 승진자들을 위한 축하자리에서 경영기획실 송미주, 비서실 이호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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