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구매업무 6개월

헤스톤 2011. 9. 7. 19:17

 

 

 

 

   오늘은 9월 7일. 내가 지금의 회사에 근무한 지 6개월이 되는 날이다. 제조업도 처음인데다 생소한 구매업무를 담당하여 어떻게 하다보니 반년이 지나갔다. 아직 겨울 옷을 벗지 못한 봄이 오는 길목에서 입사했는데 벌써 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라는 놈이 팔짱을 끼고 놀자고 한다.

  

   이 회사의 생산품은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FFC(Flexible Flat Cable)라는 것으로 TV나 컴퓨터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이다. 주요자재로는 도체, 필름, 보강판이라는 것이 있고, 부자재로는 Connector, Shield, Tape등이 있다. 이러한 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월 몇 십억원을 쓰는 일이 내가 할 일이다. 돈 쓰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누가 눈치주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현금흐름이 좋지 않을 때는 돈 많이 쓴다고 질책받는 느낌이다. 제품을 만들어 돈 벌기 위해 사오는 것인 데도 말이다.

   구매직원은 부문장인 나를 포함하여 7명이다. 각자 품목별로 담당하고 있으며 개성을 가지고 매우 열심이다. 주로 이메일 등을 이용하여 업무를 보고 있지만, 협력업체나 해외법인 등과 통화할 때 보면 전쟁터 같기도 하다.

   지난 6개월동안 무엇을 했는 가 돌아보니 별로 한 일이 없다. 회의나 재고조사차 해외법인들을 돌아다니며 밥만 축 낸 것 같아 미안하다. 그냥 억지로 한 일을 끄집어 내 본 다면 몇몇 협력사와 가격협상한 일, 불량과 관련하여 몇 건 Claim 신청하여 보상받은 일, 수급이 힘든 업체의 제품 대체 결정, 몇 개 업체의 결제 통화를 외화로 변경하여 원가절감한 일 등이다. 생각나는대로 열거하다보니 그래도 몇 개는 한 것 같다. 그 외에는 비록 여건상 실행으로 옮겨 보지는 못했지만 상품 선물환 검토, AEO에 대한 검토 등의 자료는 추후 실행시 축적된 자료가 될 것이고, 구매부문 SWOT분석, 해외법인에 대한 판매가격 일원화, 장기재고 분류기준을 결정한 것 등도 구매부문 체계를 잡아나가는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써 놓고보니 어쭈구리~다. 뭣 좀 한 것 같다. 남들이 볼 때는 매일 놀고 먹는다고 할 텐데 말이다.

 

   몇 개월전 금융과 관련된 회사에서 오라고 할 때 하루 고민해보고 가지않았는 데, 잘한 선택인 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어느 회사에 입사해서 6개월도 버티지 못하면 쪽 팔리는 일이고, 우선 이 회사 회장님을 생각하니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기업인이 가져야할  감각과 상황판단능력이 탁월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눈과 인격이 높아 배울 점이 많다. 무엇보다 나에게 은행퇴직 무렵 근무제의를 하였고 구매업무를 맡겨 거의 공백없이 일을 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고맙다.

  

   이제 들어온 지 6개월도 지났으니 다시 자세를 바로하고 효율성제고를 위해 나의 지혜를 이리저리 건들여 보자. 뜻대로 안되는 것이 너무 많지만,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 해 나가는 것이다. 할 수 있는 데 까지는 해보는 것이다. 보다 질 좋은 자재를 경제적인 가격으로 구입하여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구매업무의 기본이다.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 구매부문 직원들의 모습이다... 구매회의실에서 일본지도와 중국지도를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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