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간사한 마음

헤스톤 2011. 12. 14. 13:02

 

 

 

  

   스트레스도 받고 여러가지로 쪽 팔리기도 하여 은근히 전화를 기다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전화가 왔다. 기다리던 전화이다. 그런데 전화가 오니 기분이 묘하다. 이상하다. 마음이 막 달려가질 않는다. 이래서 직장을 옮긴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닌 가 보다. 그리고 정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나보다.

   전화내용은 법정관리 신청회사에서 근무할 용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CRO(Chief Risk Officer)로 활동하다 인가가 되면 관리인이나 감사가 되는 것이다.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는 모르지만 법정관리는 나의 전공이기도 하고 원하던 것이다. 그리고 구조나 체질개선을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라든지 오랫동안 해온 지휘자노릇도 그리워 전화통에 대고 머리라도 숙이며 고마워해야 하는데 막상 전화가 오니 심드렁해진다. 조금 더 나이를 먹어야 고개가 숙여질 모양이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왼쪽과 오른쪽을 왔다갔다 한다. 간사한 마음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직위나 잘 할수 있는 업무를 생각하면 좌로 기울었다가 페이나 정을 생각하면 우로 기운다.

   나의 어떤 성향과 비슷하다. 지금은 나를 개혁적보수라고 스스로 평하지만, 학생시절에는 어느정도 좌측에서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가르침을 준 교수들도 그랬다. 민족경제론의 진보적인 경제학자 박현채 교수, DJ시절 한은총재를 지내셨던 전철환 교수 등의 영향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조금씩 우측으로 계속 클릭이 이동하더니 진정 무엇이 국가를 위해 올바른 생각인 지를 고민하다 지금은 죽도 밥도 아닌 현재에 이르렀다. 그래도 크게 후회하지는 않는다. 어디에 남길만한 흔적은 없지만 적어도 더러움으로 얼룩진 궤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쩜 좌든 우든 크게 다르지 않고, 적정하게 균형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 지도 모른다. 그 차이는 깨끗함과 더러움의 차이보다도 작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은 말이나 글이 간혹 이렇게 옆길로 샌다.

  

   여하튼 좌든 우든 일단 결정을 하여야겠기에 그냥 안가겠다고 하였다. 다음 기회에 다시 전화달라고 하였다. 어쩌면 다음에는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른다. 나중에 후회하게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 기다리던 전화이지만 간사한 마음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걸 어찌하랴. 이러다 내년엔 바람을 부여잡고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냥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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