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눈썹이 조금 움직인다

헤스톤 2012. 3. 15. 17:06

 

 

 

 

   나에게 안면마비가 온 지 만 10일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크게 놀라긴 하였지만 금방 좋아질 것으로 여기고 내일이면 좋아지겠지..곧 나아지겠지..하면서 보낸 시간이 벌써 열흘이다. 이젠 답답하다. 그리고 심란하다. 이번 주에는 아예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고 집과 병원만 오고가고 있다. 빨리 낫고 싶은 데 별로 나아지질 않는다.

   첫날에는 힘들게나마 할 수 있었던 오른쪽 눈의 윙크가 셋째날에는 간신히 감을 수 있을 정도 이더니 다섯째날에는 감는 것도 힘들어졌다. 거의 매일 침을 맞아도 악화되기만 하였다. 우측 말초신경마비, 구안와사, 벨마비 등등..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조회해보고 치료방법 등을 검색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거울을 보고 있으면 신경질이 난다. 바보같은 모습이 너무 어색하다. "아이우에오"를 해 보지만 발음이 새는 것 같다. 어머니에게는 전화를 드리지 말까 하다가 일주일이 넘도록 차도가 없자 8일 째 되는 날 전화하였다. 그랬더니 이렇게 해라..저렇게 해라..다 아는 내용이지만 걱정과 근심으로 주문이 많다. 전화하지 말 걸 했나 보다. 괜히 눈물이 난다.

 

   경희대 한방병원에서는 입원치료 와 통원치료중 선택하라고 하였다. 입원치료의 장점이 크지 않아 통원치료를 하기로 하였다. 장단점 보다도 크게 두가지 이유로 통원치료를 결정하였다. 첫째는 집사람이 오고가며 고생할 까 봐, 둘째는 장기입원하게 되다보면 혹시 소식을 듣고 문병이라도 찾아오는 이들이 있을 수 있고, 그 들에게 나의 이 바보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크게 좋아지진 않았지만 눈을 크게 치켜뜨면 오른 쪽 눈썹이 조금 움직인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해서 인지는 몰라도 어제보다는 조금..아주 조금 좋아진 것 같다. 여전히 밥 먹는 것이 불편하고 양치질 할 때는 오른 쪽에서 물이 줄줄 샌다. 그래도 눈썹은 이제 조금 움직인다. 

   나를 위해 기도하거나 응원하여 주신 분들이 너무 많다. 트친(김종헌님 이쁜 아줌마), 페친(오금필 선배님, 김도진 본부장, 허원실 교수, 이석태 회장 등), 블친(보나님, 은하수님, 들꽃님, 용미댁이님 등), 초등학교 동창들(신정자, 김춘재 등), 현 직장의 회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정해권 상무님, 강성관 상무님, 안정현 이사님 등), 협력업체의 격려문자, 우리 구매부문 직원들의 응원메시지들..이 분들의 기도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일어서야 한다. 가장 고생하는 아내, 근심걱정으로 밤을 지새울 어머니..고맙습니다.. 왜 또 눈물이 나는 지..저도 정말이지 빨리 낫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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