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겁쟁이 박형순

헤스톤 2012. 4. 4. 10:24

 

 

 

거울을 본다. 양 볼이 쏙 들어갔다. 나는 왜 살이 빠지면 광대뼈가 튀어 나오게 볼이 쏙 들어가는 지 모르겠다.뱃살이 쑥 빠지면 좋겠는 데 말이다. 배가 줄면서 허리길이가 줄고 팔과 다리 및 배의 근육 늘고 하면 좋을 텐데 말이다.

몸이 약해지니 정신도 약해진다. 어제는 하루종일 어떻게 보냈는 지 모르겠다. 병원냄새만 지독하게 맡으며 보낸 하루이었다. 보호자로 따라다닌 집사람은 완전 뻗어 있다. 미안한 마음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 지 지금도 머리가 아프다.

 

안면마비가 약 10일 지나니 조금씩 차도가 있어 좋아했고, 지난 주 월요일부터는 출근도 하였다. 그런데 심리적 불안을 겪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 목요일부터이었다. 그 날 아침에 오른 쪽 눈으로 어렵게나마 윙크도 되고 하여 얼마나 기뻣는 지 모른다. 이젠 다 나은 것 같았다. 자만이 화를 불렀다. 찬 바람에 대한 아무런 방지대책없이 업무관련으로 여러사람과 충주에 가게 됐고 모 식당에서 매운탕 점심을 먹었다. 맛있게 먹다가 잘못하여 가시를 삼키게 되었다. 그것도 신경감각이 무디어 불편한 오른쪽으로 넘어갔다. 왠지 찜찜하였다. 큰 가시가 넘어간 것이다. 그 가시가 몸속 어느 곳을 찌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어떤 통증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슨 급소를 누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식사가 끝날무렵 맥박이 사정없이 뛰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조금 괜찮아 진다. 지금 생각하니 가시 때문이 아니라 찬 바람을 많이 맞은 탓 같다.

 

저녁늦게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으면서도 가시에 대한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오른 쪽 목, 가슴이 아프고 양쪽 종아리가 아팠다. 밥 먹으면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일을 겪었던 터라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코로 내시경을 해보더니 아무것도 없단다. 그런데 나의 어느 급소부위를 누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무 통증도 느끼지 못하면서 말이다. 심리불안이다. 

4.2.(월)에도 찜찜한 기분으로 출근하여 이것저것 하다가 11시 경영회의에 들어갔다. 그런데 잠깐이지만 지난 목요일 겪었던 정신혼미상태가 오는 것이었다. 가시에 대한 불안이 더욱 높아진다. 아니 다른 심각한 병이 있는 것은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암인가.. 뇌졸중 증세인가..

점심 밥 맛도 없다. 갑자기 젓가락질도 서툴어지는 것 같다.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 있어봤지만 불안하다. 불안한 마음이지만 쉬면 괜찮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일찍 퇴근하여 한의원에 가서 침 맞고 일찍 집에 갔다.

 

그런데 다음날(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팔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머리가 엄청 아픈 것이었다. 뒷목도 계속 뻐근하였다.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나의 증세가 뇌졸중과 흡사하였다. 겁이 나기 시작하였다. 이러다 완전 병신이 되거나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대학병원에 갔다. 신경과에 특진으로 신청하였다. 예약손님이 많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 아침도 못 먹은 터라 1층 제과점에 갔다. 그런데 입맛이 없어 도저히 못 먹겠다. 그 보다 또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너무 힘이 드는 것이었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앞에 앉은 집사람에게 말했다. 부동산은 당신이 잘 아는대로이고, 내 통장과 도장은 어디에 있고, 예금 및 보험, 주식 등 금융관련내용은 삼성생명 보험장부 맨 앞장에 별도로 다 기록해놨고..

 

특진이고 뭐고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집사람은 응급센터로 나를 데리고 갔다. 응급실이 최근에만 벌써 3번째이다. 뇌 CT 재촬영, 가시에 대한 불안으로 폐 CT를 비롯한 각종검사, 염증검사 등등..그래도 내가 불안해 하니까 뇌 MRI 및 기타검사..상당히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의사가 말한다. 갑자기 안면마비를 겪다보니 상당히 불안한 마음을 가지셨나 본 데 검사결과 아무 이상징후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상입니다..겁이 많으신 가 봅니다. 겁쟁이 박형순

기운이 너무 없어 영양제 주사맞으며 하루를 보냈고, 한 2~3일 푹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한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써 7월이다  (0) 2012.07.03
침 맞는 남편  (0) 2012.06.04
발병 3주가 지나고  (0) 2012.03.27
눈썹이 조금 움직인다  (0) 2012.03.15
안면마비가 왔다  (0) 201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