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아버지 제사

헤스톤 2011. 10. 13. 17:46

 

 

- 왼쪽에 조부모의 산소가 있고 오른쪽에 아버지 묘비가 있다

 

-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묘비

 

- 충남 금산군 제원면 제원리 입구에 있는 고조부 금사 박항래공의 유허비, 왼쪽엔 약력과 매천(황현) 

   야록에 있는 고조부의 애국내용, 오른쪽엔 고조부를 기리기 위한 직도문화비

 

 

 

 

 아버지 제사  ( 제남  박 형 순)

 

 

아버지 돌아가신 지 사년

양력으로 시월 이십사일

음력으로 구월 십사일

제사는 음력 구월 십삼일

올해 양력으론 시월구일

오래전부터 달력에 적혀있는 글자

한로  한글날 父 忌日( 부 기일)

 

어느덧 아버지가 되어버린 비석은

여전히 조부모옆에 그대로 있지만

주변환경이 조금씩 변하니

낯선 이들이 자주 오가고

풍우에 어령단의 글씨가 엷어지니

후손들의 변화와 더불어

떼의 색깔과 방향도 자꾸만 변한다

 

모든 기일을 없애라는 유서는

갖고싶은 이나 간직하는 것이고

제사는 산 사람의 몫이기에

어머니의 정성을 말릴 수 없어

영정사진 놓고 촛불켜니

지난 영상들이 계속 이어져

한참을 쳐다보고 또 쳐다본다

 

천렵을 따라다니며 냇가에서 놀던 일

원두막을 오가며 있었던 추억

군에 있을 때 수시로 주셨던 편지

인삼농사를 지으며 겪었던 일

조상들 산소를 오가며 겪었던 일

눈길과 말을 통해 전해오던 따스함이

시골집 풍경과 어울려 범벅되고 

 

젊은 시절부터 중환자실까지

여유와 긴박의 상황들이 끊어질 듯

이어지며 머리속을 굴러다니다

그렁그렁거리는 눈물통해 멍하니

과거와 사진을 계속 보고 있자니

아 아 아버지

아버지 저 왔어요

 

 

 

 

- 충남 금산군 제원면 동곡리에 있는 아버지의 묘비(유해는 화장후 비석하단에 모심)

 

 

- 아버지 묘비 옆면에 있는 글(돌아가시기 약 6년전-2001년에 세운 비석으로 아버지께서 작성하신 글임)

 

  始擬歸山去   林泉道在玆 (시의귀산거  임천도재자)  

  처음부터 생각했다 산으로 돌아갈 것을   임천(돌아가신 부모의 정원)에 내가 가야할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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