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오면 (박 형 순)
오월이 오면 초등학교 육학년 담임이었던 오선생님 딸
금숙이 누나가 자신을 메이숙이라고 하던 것이 생각나
차라리 골드숙이라고 했으면
더 나은 인생으로 바뀌었을 지 모르지만
아주 오래전 연극을 한다고 보러오라 했는데
가지 않았던 것이 마지막 대화이었고 그 뒤는 잘 몰라
어차피 인생자체가 연극이고 골드인것을
오월이 오면 아카시아 꽃을 따서 자연과 함께
비벼먹으며 정신적 포만감을 느끼던 일이 생각나
바람결에 날려오는 꽃 향기에 취해서
미래가 하늘로 바다로 붕붕 떠 다니고
머리에 그 꽃을 꽂으면 지나가는 나비도 깔깔 거렸는데
곤충들을 괴롭힌 죄로 벌을 받는 것인 지
이제는 그때의 그 아카시아 꽃이 아닌 것 같아
오월이 오면 어린이를 위한 가족행사에서 노래부를 때
마이크 성능 탓으로 아빠 목소리가 더 크게 나니까
아들녀석이 목줄띠를 돋구며 소리를 높였던 것이 생각나
행운권추첨에서 가지고 있던 번호 모두 상을 받게 되어
부러워하는 애들에게 상품을 나눠주며
참으로 푸르고 푸른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참석자들이 손에 손잡고 율동을 할 땐 따스한 정이
육삼빌딩 엘리베이터 올라가듯이 숫자가 바뀌더구만
오월이 오면 어버이를 위한 마음은 먼지만큼 하면서
서운했던 기억은 태산보다 높았던 것이 생각나
몇 명의 선생님과 이웃에게 죄송하고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못하고 있는 것도 걸리고
부끄러웠던 일들이 올라와 오그라드는 마음이지만
날로 먹은 인생을 동심으로 씻어내고
정심과 정행에 건강한 봄바람을 불어 넣으며
깨끗한 연초록의 세계로 달려 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