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코스모스

헤스톤 2008. 9. 12. 14:15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출근길 손을 흔든다. 매혹적인 눈웃음이 도시의 젊은 여인 같다.

 

 

   코 스 모 스  (박  형  순)

 

 

   요즘 코스모스는 키가 크다

   화려하고 잘 생겼다

   하이힐을 신은 늘씬한 다리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어

   쭉쭉 뻗었다

 

   세련되게 화장한 얼굴을

   바짝 쳐들고

   자기 좀 봐달라고

   소리지른다

 

   나 어렸을 때 코스모스는 

   멋없이 키가 큰 애도 있었지만

   대부분 고무신을 신고

   자세를 한껏 낮췄다

 

   깨끗이 빨은 색동저고리에

   녹색 긴 치마를 입었고

   어쩌다 마주치면

   수줍게 미소지으며

   붉어진 맨 얼굴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

 

   누가 알아주는 것과 관계없이

   조용히 계절의 기쁨을

   전해주고 사라졌다

 

   코스모스가 변하니

   가을이 변한다

   사람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질서(cosmos)도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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