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悲慾(비욕) - 16

헤스톤 2023. 12. 10. 16:21

 

오래간만에 15장에 이어 16장의 장편소설을 써봅니다. 지난 9월 중순에 15장까지 올리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앞에 무엇을 썼는지도 가물거립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을 겪으며 소설을 쓰지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이 장편과 오래전에 준비하였던 "선민화옥"이라는 단편소설을 향후 3년 이내에 완성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앞으로는 더 이상 저의 몸이 고장 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16. 해고의 바람 1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다음에는 임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시작되었다. 임원 중에서도 CEO인 신대홍 사장을 내보내는 작업이 먼저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회사의 대주주인 허방진 회장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영입한 사장이기에 경영을 좀 더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는데, 그의 수족으로 실권자인 천태운 상무는 달랐다. 이 기회에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히려고 신 사장을 몰아내자고 허 회장에게 거의 매일 졸라댔다. 적자 경영에 대하여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사장의 책임을 계속 강조했다. 아울러 천 상무는 기술 총괄의 손천식 전무를 몰아내는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허 회장이 출근하면 하루의 많은 시간을 붙어 지내는 천 상무는 집요했다. 

"회장님! 회사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에 대하여 임원 중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신 사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으니 보냈으면 합니다. 아울러 별 쓸모없이 고액 연봉만 받아가는 손 전무도 내보내야 합니다."

 

허 회장은 많은 고민을 했다. 천 상무의 속셈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다. 천 상무가 자기를 조종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천 상무와 회사의 모든 비리를 공유하다 보니 함부로 그를 대할 수가 없게 된 자신의 처지가 약간 서글퍼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천 상무가 속으로 어떤지 몰라도 겉으로는 계속 자신에게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그의 계속적인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다. 사실 회사 적자에 대한 책임으로 말할 것 같으면 회사의 인사부터 운영 등의 실권을 가지고 있는 허 회장이나 천 상무가 더 큰 책임이 있음에도 속죄양 내지는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 무마용으로 회장 빼고 제일 직위가 높은 이들을 보내려는 것이었다. 허 회장은 천 상무의 속셈을 알고도 어쩔 수 없었다.

 

"천 상무가 계속 그렇게 말하니 일단 알겠네. 하지만 이번엔 신 사장만 보내는 것으로 하게. 손 전무는 이 회사에 기여한 공도 있고 하니 좀 더 기다려주게나."

천 상무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허 회장을 제외하고 직위상 자기보다 위에 있는 두 명을 모두 이 기회에 널려버리려는 계획이 조금 틀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손 전무의 나이가 아시다시피 60 중반을 넘어섰으니 이제 집으로 보낼 때도 됐습니다."

"아직 그는 쓸모가 있다고 보며, 무엇보다 25년 이상을 그와 함께 한 세월도 있고하니 이번엔 그대로 두는 편이 좋을 듯하네."

"그럼 그를 퇴직이 아닌 후선으로 물러나게라도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천 상무는 끈질겼다. 결국 손 전무는 직위를 고문으로 하여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둘이 합의를 보았다. 신 사장에 대하여는 3 개월 봉급과 퇴직금을 주어 내보내는 것으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에게 누가 통보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허 회장은 항상 그렇듯이 폼을 잡거나 생색을 내는 말만 하고 싶기에 천 상무가 알아서 처리해 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천 상무 입장에서는 사장에 대한 해고 통보이기 때문에 허 회장이 해주길 원했다. 그런 이유로 둘이 합의를 본 이후에도 수 일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 상황을 알 수 없는 신 사장은 언제나 평상시와 다름없이 회사에 제일 먼저 출근하여 자기 일을 챙기며 보냈다.

 

 

 

 

천 상무는 허방진 회장의 동의를 받고 어떻게 내보낼지 고민하였다. 천 상무도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려고 하지 않았다. 손 전무 같은 경우는 퇴직도 아니고, 후선으로 물러나게 하는 것이기 떄문에 나이 등을 핑계 삼으면 된다. 따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신 사장을 퇴임시키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았다. 허 회장이 신 사장을 CEO로 스카우트하여온지는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기간에 신 사장은 회사 주요 보직에 자기 사람을 엄청 많이 심어놓은 것도 걸림돌이 되었다. 영업이나 생산에도 여러 사람을 심어놓았지만, 특히 미래전략부문은 부문장인 김권일 이사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을 자신과 함께 근무했던 前(전)의 회사로부터 많이 데려다 놓았다. 

 

천 상무는 답답한 마음을 어찌 풀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오제원 이사를 찾았다.

"오 이사님! 이번에 신 사장을 쫓어내기로 회장님과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는 아직 신 사장에게 아무런 말도 안하신 모양입니다. 통보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오 이사는 내심 놀랐다. 그동안 허 회장이 신 사장의 경영을 칭찬하여 왔던 것을 더듬어 볼 때 의외였기 때문이다. 

"저도 회장님의 성격을 조금은 아는데, 아마 상무님이 알아서 처리해주길 바랄 것입니다. 상무님이 통보하는 것도 격에 조금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군요. 맞는 사자성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이제이' 수법을 쓰시는 것이 어떨지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신 사장 해고에 대한 것을 신 사장 귀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하는 것이지요. 즉, 자주 접하고 있는 미래전략부문의 김권일 이사로 하여금 말하게 하는 것이지요."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런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신 사장은 김 이사에게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회장실로 들어가 오랜 시간 머물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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