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悲慾(비욕) - 12

헤스톤 2023. 7. 23. 16:00

 

 

 

12. 私愛(사애) 만연

 

 

    허 회장이 어느 정도 교통정리를 했다고 하지만, 천 상무나 김 대리 모두 불만을 가졌다. 천 상무는 자신의 권위에 상처를 준 김 대리를 잘라내지 못해 불만이고, 김 대리는 당장 승진을 시켜주지 않아 불만이었다. 영업부문의 박호진 상무는 천 상무에게 아무 벌도 주지 않아 불만이고, 서미순 과장은 중국의 상해법인으로 쫓겨나서 입을 삐죽 내밀고 갔다.

 

   이 사건들은 오제원이 이사대우로 입사하기 약 1년 전에 발생한 것이었는데. 이 사건은 결국 회사의 내리막을 제공하는 단초가 되었다. 그리고 천 상무가 허 회장의 약점을 차곡차곡 기록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고 마음먹은 것도 아마 이때부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천 상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이용하여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실행하였다. 강원도 속초를 비롯하여 서울 외곽 유원지 등에서 자신과 서미순 과장의 밀애 장면을 봤다고 떠드는 직원이나 이것을 확대 재생산하여 협력업체한테 떠벌리고 다녔던 직원들은 모두 한직이나 해외로 보내버렸다. 회사엔 천 상무에게 아부하는 직원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하여 회사 이익과 관련된 직원들은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허 회장의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서미순 과장의 상해법인 발령은 결과적으로 천 상무와 둘의 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해준 꼴이 되었다. 천 상무는 수시로 해외법인 출장을 다녔다. 목적은 회장을 대신하여 직접 모든 업무를 챙기겠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론 서 과장을 만나러 가는 것도 한 목적이었다. 또 이상하게 그때부터 해외법인들에서 각종 사고가 이어졌다. 불량도 많고, 자금 회수도 잘 안 되는 등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상해나 선전뿐만 아니고, 베트남이나 필리핀의 법인에서도 계획 이상으로 돈을 많이 벌다 보니 기강이 조금씩 해이해진 탓이었다. 

   천 상무를 곱게 보지 않는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돌았던 말로는 서 과장과 둘이 이제 대놓고 부부처럼 행세한다는 것이었다. 천 상무는 해외 법인들에 대한 업무 독려 및 감사를 한다는 핑계로 해외에 자주 나갔으며, 특히 상해 법인에 자주 출장을 갔고, 서미순 과장은 천 상무가 오면 마치 마누라처럼 행동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허 회장이 처리한 둘의 불륜에 대한 교통정리는 회사에 이상한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의 본사에서는 큰 잡음이 없었지만, 5개 해외법인에서는 깨끗하지 못한 남녀관계의 말들이 많았다. 그동안 사내 연애로 처녀, 총각이 하는 연애에 대하여는 회사 입장에서도 권장하는 모습이었지만, 유부남과 유부녀, 유부남과 처녀, 유부녀와 총각이 하는 연애에대하여는 발각이 되면 용서하지 않았었다. 최소 3개월 정직이나, 감봉 이상의 조치를 하였다. 특히 유부녀와 총각의 연애에 대하여는 가장 강한 벌을 주어 해고를 원칙으로 하였다. 그런데 이번 천 상무와 서 과장의 경우, 비록 서 과장이 이혼녀라고는 하지만, 천 상무가 엄연한 유부남이기 때문에 둘 모두에게 정직 이상의 벌이 있을 줄 알았는데, 별 조치없이 지나갔다는 것은 들의 관계를 인정한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물론 일종의 응징으로 서 과장을 상해 법인으로 발령 내긴 했지만, 이를 벌로 인식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기강을 느슨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본사뿐만 아니고, 해외법인들에서 사내 연애사건들이 독버섯처럼 피어났다. 특히 해외법인에 파견된 주재원들은 대부분 외로움을 달랜다는 미명하에 애인들을 두고 있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이로 인한 불미스런 사건들이 터져서 송사로 이어지곤 하였다. 

 

   결국 이러한 사건들과 소문들은 허 회장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천 상무의 부인도 허 회장을 찾아와서 한바탕 크게 울부짖고 갔지만, 국내에 남아 있는 부인들이 떼거리로 몰려와서 본사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하였다. 

   허 회장은 박호진 상무를 조사팀장으로 임명하고 팀을 구성하게 했다. 회사내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조사하게 하고 적절한 조치방안까지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박 상무는 신이 났다. 본래의 업무인 영업보다 더 시간을 할애하여 직원들 사이에 소문으로 돌던 것들을 하나하나 조사해 나갔다. 문제는 너무 많은 직원들이 관련되어 있어서 조사 작업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말 그대로 대부분 비밀연애이었기 때문에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이 조사팀은 얼마 가지 못해 해산되었다. 조사팀에 대한 천 상무의 부정적인 의견으로 크게 진전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사를 하다보니 허 회장도 깨끗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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