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悲慾(비욕) - 11

헤스톤 2023. 7. 12. 09:00

 

11. 교통정리

 

   천태운 상무와 김규진 대리가 싸우고 있는 그 시각에 영업부문의 박호진 상무는 베트남 영업과 관련된 보고를 하기 위해 회장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업장을 둘러보고 온 허 회장을 맞이했다.

   박 상무는 대기업인 S전자의 영업부장으로 있었는데, 허 회장의 눈에 들어 스카우트해온 인물이었다. 하나케이시(주)가 아직 소규모의 회사일 때 박 상무는 甲(갑)의 위치에서 허 회장을 잘 대우해 준 탓으로 허 회장이 좋게 본 것이다. 그 뒤 하나케이시(주)가 큰 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데려왔다. 회장이 직접 S 전자를 수시로 드나들 때 박호진 상무가 인간적으로 잘 대우해 주며 많은 조언을 하였던 것이 큰 인연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사실 박 상무는 S전자에서 영업부장으로 잘 나갔지만, 부하 직원이 사고를 내는 바람에 임원 승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불만을 간혹 허 회장에게 털어놓으면서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게 되었고, 허 회장은 S전자와 거래를 확대할 욕심 등으로 박 상무를 잘 다독여 이 회사의 영업부문 상무로 스카우트 해온 것이다. 박 상무가 회사에 들어오면서 이제 허 회장과는 갑과 을의 위치가 아니고, 상하관계로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허 회장은 그를 매우 신뢰하여 소소한 이야기까지 서로 공유하는 사이로 때로는 친구와 비슷한 관계를 유지했다.

 

 

 

 

   박호진 상무도 허 회장에게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위는 비록 상무이지만, 실제 파워는 자신이 천태운 상무를 제치고 두번째라고 여기며 행동했다. 신대홍 사장이나 손천식 전무는 나이도 많고, 허 회장이 힘을 실어주고 있지 않기에 경쟁상대로 보지도 않았다. 그런 까닭으로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직원들의 이야기도 미주알고주알 회장에게 스스럼없이 말하곤 하였다. 이번에도 박호진 상무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을 거리낌없이 말하였다. 그동안 긴가민가하였던 천 상무와 서미순 과장과의 사이도 직원들을 통해서 확실하게 알 수 있었기에 기회가 되면 천 상무를 밀어내려고 하였다. 허 회장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번 인사와 관련한 직원들의 반응을 은근히 물어봤다. 특히 천 상무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서미순 과장의 특별승진 인사에 대한 반응을 물어보며 은근히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박 상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천 상무와 김 대리가 싸우고 있다는 말부터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싸우고 있는 이유는 서미순 가장의 승진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면서 은근히 천 상무를 나쁜 인간으로 몰아세웠다. 허 회장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허 회장 입장에서 더 기분 나쁜 것은 천 상무의 불륜이었다. 천 상무의 아내가 자신의 아내와 먼 친척이라는 것도 작용하였다. 마침 천 상무와 김규진 대리가 비서의 안내를 받고 회장실로 들어온다.

 

 

 

 

    천 상무가 회장님 방으로 들어오면서 박호진 상무는 일어섰다. 순간 천 상무는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아챘다. 자신은 박 상무를 자신의 발 아래로 보고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박 상무는 자신을 라이벌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대충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박 상무처럼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 출신도 아니고 국내 굴지의 S 전자 출신도 아니지만, 입사로 보면 거의 허 회장과 함께 하였으며, 특히 약 10년 전 회사가 어려울 때 온 힘을 다해 회사를 일으켜 세운 공로를 지금도 회장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등으로 언제나 허 회장이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회장의 은밀한 비밀도 둘이서만 공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여러 가지로 불편한 박 상무를 언제 한번 혼을 내줘야겠다는 마음만 먹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로 보아 지금 당장 자신에게 불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천 상무~ 이번 인사에서 서미순 대리를 과장으로 특별승진시킨 것에 대하여 한번 말해 봐~"

   허 회장 입장에서는 화를 많이 가라앉히며 말에 가시를 섞어 말하는 중이다. 예전같으면 재떨이가 먼저 날아갔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도 어쩌다 회사에서 보았던 서미순의 미모를 그려보며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놈은 남자가 이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회장님~ 인사와 관련해서는 여기 김 대리도 있어서 나중에 별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김 대리도 다 아는 것은 물론이고, 김 대리도 서미순과 깊은 사이였다고 하는데, 나중은 무슨 나중~"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 입으로 더 이상 말하는 것이 껄끄러워진다. 

    "내가 대충 박 상무를 통해서 들었는데, 정말 내 입으로 말하기도 창피하군. 남자가 뭐~ "

 

   당초 인사안을 천 상무가 가져왔을 때 서미순이 회사에 이러저러하게 크게 기여했다는 것을 장황하게 늘어놓을 때, 특별 승진이 적당하다고 자신이 말했던 것도 이젠 후회가 되었다.

   그러면서 허 회장으로써는 천 상무나 김 대리 모두 아끼는 직원이기에 나름 해법을 제시했다. 서미순은 이왕 과장으로 승진시켰기에 중국의 상해법인으로 발령을 내기로 했다. 즉, 김 대리와 매일 부딪치는 본사를 떠나게 하였다. 그리고 김 대리는 다음 인사에서 승진을 약속하였다. 당시 특별 승진이 아니면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는 최소 기간은 5년이었기 때문에 김 대리도 수긍을 하였다. 회장의 말이라면 법이나 규정보다 더 우선되었으므로 그 말에 따르겠다고 한 것이다. 무엇보다 천 상무와 김 대리의  화해를 주선하여 서로 악수를 나누게 하였다.

   사실 서미순 과장을 천 상무가 김 대리로부터 가로채기 전엔 둘이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둘은 거주하고 있는 곳이 같은 아파트이기도 하고, 부인들끼리 서로 친한 탓으로 자주 왕래하며 지낸 사이였다. 무엇보다 회사 입장에서 김 대리를 홀대할 수가 없었다. 김규진 대리는 손천식 전무와 공동이긴 하지만, 멀티조인트(Multi Joint)에 들어가는 커넥트 특허기술 보유자이었기에 회사 내에서 함부로 내칠 수 없다는 것도 작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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