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담쟁이
제남 박 형 순
해도 짧아지고
찬바람도 불어대니
앞으로 갈 수가 없네
아무래도 더 이상은 힘들 것 같아
어둠을 기어코 덮어서
희망의 세상을 만들려고 했는데
색깔도 변하고 말라 꼬부라져서
여기서 그만 멈춰야 할 것 같아
좀 더 햇빛을 박박 긁어서
더 뻗지 못한 것이 후회되지만
그래도 풍우들과 어울려
한 세상 그런대로 잘 살았어
이제 좋은 밑거름이 되어 준다면
내년엔 좀 더 나아지겠지
다시 또 어깨동무를 하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겠지
이게 우리의 숙명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