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낙엽 순응

헤스톤 2020. 10. 17. 16:51

 

낙엽 순응

                                     제남  박 형 순

 

올 것이 온 것뿐이다

진작부터 이럴 줄 알았다

푸르디푸른 탱탱한 잎으로

햇빛이 오면 빗방울을 튕기면서 

깔깔거릴 때는 몰랐지만

새들의 날갯짓에도 무게가 느껴졌다

한때는 폭풍도 간지러웠지만

이젠 솔바람도 아프다  

 

높은 구름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

매시간마다 쉼표를 찍어보지만

놀란 노루 도망가듯이 가을은 가고

노란 옷, 빨간 옷으로 갈아입으니

가지를 붙들고 있는 자체가 힘들다

성질 급한 애들은 이미 떠난 그 길

결국엔 뒤따라 가겠지

 

누구는 햇살에 기대 좀 더 버티겠지만

결국엔 뒤따라 가겠지

그러면 어떤 이는 아름답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애달프다고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겠지

갈 때 가더라도 지금까지 이렇게

이렇게 지내온 것에 고마움을 뿌리자

올 것이 온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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