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호박꽃

헤스톤 2020. 9. 11. 16:38

 

 

호박꽃

 

너도 꽃이냐고 

이름 갖고 비아냥거리지 마라

누가 뭐라 하든 때가 되면

때가 되면 황금빛으로 활짝 피어

벌들을 맞이한다

 

땅바닥을 기어 다니기도 하지만

막대기를 감아 올라가기도 하고

높은 담장도 슬금슬금 기어올라

입을 활짝 벌렸다가

벌렸다가 쪼그라들며

지상의 임무를 마치는 날 

이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툭 떨어진다

 

이름 갖고 우습게 보지 마라

눈길 한번 안 줘도 상관없다

모두가 좋아하는 열매를 맺고

조용히 떠나는 이 운명을 

이 운명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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