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명순이 아버지 7

헤스톤 2019. 3. 29. 15:09




7. 승승장구


사업상 이유보다도 난들댁과의 삶이 즐거워 별쭝이는 주로 서울에서 생활을 하였고,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에만 고향에 내려왔다. 사실 고향에 내려오면 마음이 편했다. 고향에 오면 본처를 빼고는 별쭝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별쭝이가 내려오는 날이면 환영 플래카드도 걸고 온 동네 사람들이

나와서 그를 환영했다. 남녀노소 모두 별쭝이를 보려고 몰려 들었다. 고향뿐만 아니고 인근 지역민들로

부터도 큰 환영을 받았다. 군(郡)을 넘어 도내(道內)에서 별쭝이의 인기는 대단했다. 별쭝이의 비서들은 

이러한 것들을 모두 사진으로 찍어서 정부와 여당에 보내곤 했다. 때로는 신문 기자들이 별쭝이와 함께

움직이면서 기사로 내보내기도 하였다.

 

별쭝이는 집권당인 공화당의 재정에도 크게 기여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당의 힘있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다. 고향의 현 국회의원은 재력을 바탕으로 밀어부치는 별쭝이의 위세가 껄끄러웠다. 

별쭝이는 여당인 공화당의 국회의원 공천을 받으려고 바쁘게 움직였다. 별쭝이가 공천을 받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서울에 첩이 있다는 것으로 난들댁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당에서는 정리할 것을 요구

했지만, 별쭝이는 그럴 수 없었다. 별쭝이의 입장에서 난들댁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존재이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과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그는 아마 주저없이 난들댁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에게

난들댁은 거의 모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별쭝이가 국회의원 공천을 받는데, 가방끈이 짧다거나 술과 여자를 좋아해 '개차반'이었다는 과거의

전력 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난들댁과 관련해서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이라고 현 국회의원은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별쭝이는 돈의 힘을 발휘해 결국 공천을 받을 수

있었다. 별쭝이가 고향 사람들에게 워낙 인기가 있었던 것도 한몫 했지만, 아주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사내의 배꼽아래에 대한 것은 거론하지 말라"는 한마디가 공천을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야당 후보는 공천받을 때 어려움을 겪었던 별쭝이의 이중생활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지역 특성상 야당 후보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별쭝이는 전국 최다 득표율로 야당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제 어느 누구도 "별쭝이"라고 함부로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동네의 노인들은 물론이고, 별쭝이의 친척으로 형이나 아저씨 뻘의 사람들도 존경의 마음을

담아 '회장님'이나 '의원님'이라고 불렀다.

 

국회의원이 되고보니 너무 좋았다.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없었다. 수시로 해외에도 나갔다.

해외에 나가면 실제로 업무와 관련된 일은 십분의 일도 되지 않았고, 관광이 대부분이었다.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들다는 술도 마셔 보고, 몸에 좋다는 별의별 음식도 먹어보았다. 여러 인종의 수많은 여자들과

밤을 함께 보내기도 하였다. 세상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난들댁과는 부부사이가 좋아 애를 네명이나 낳았다. 이제 별쭝이는 본처에서 낳은 자식 6명을 포함하여

10명의 자식을 둔 가장이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 승승장구하였다. 차츰 별쭝이는 공화당내

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는 거물 국회의원이 되었고, 그는 더 큰 꿈을 키웠다.



 

별쭝이의 고향은 높고 험한 산들과 구불구불한 큰 강이 있어 동쪽과 서쪽간의 왕래가 힘들고, 읍내가

아닌 다른 지역에 볼 일이 있어 가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터널공사와 다리공사가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런데 별쭝이가 국회의원이 되면서 이 어려운 사업이 해결되었다.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대공사로 

만약 별쭝이가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터널을 2개나 뚫고, 큰 다리를 놓는 대공사이었다. 

그래서 누구는 별쭝이의 이름을 넣어 터널과 다리 이름을 짓자고 하는 의견도 있었다. 여하튼 이로 인해

재근마을은 사통팔달의 도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고, 놀이시설이 있는 공원도 조성되었다. 드디어 

준공식을 하는 날 별쭝이가 고향에 내려왔다. 군수나 경찰서장은 물론이고, 도지사와 주변 지역의 의원

들도 마중을 나왔다.

동네에서는 환영한다고 난리가 났다. 별쭝이를 보려고 지역민 모두가 나온 것 같았다. 동네 아줌마들은

물론이고 처녀들도 별쭝이의 이마와 손등에 뽀뽀를 하고 난리가 났다. 경호원들이 아무리 제지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뺨에도 뽀뽀세례가 이어졌다.

 

그때 명순이의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엄마가 빨리 오시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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