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명순이 아버지 4

헤스톤 2019. 2. 22. 12:23




4. 졸부의 시작

 

 

별쭝이는 매월 2일과 7일에 장이 서는 읍내의 장날에 바가지들을 들고 팔러 나갔다. 동네에서 읍내까지는

약 6Km이다. 하루 2번 밖에 운행하지 않는 버스는 신작로를 따라 헉헉거리며 달렸다. 신작로의 양옆으로

줄지어 서 있는 미루나무들이 바람따라 흔들리면서 잎들이 떨어졌다. 저 잎처럼 언젠가는 떠나 갈 인생

이다. 사람답게 한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장날에

술을 먹지 않는다는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무엇보다 장날에 무엇을 팔려고 나왔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

했지만, 좌판상들 옆에 자리를 잡고 바가지들을 늘어 놓았다. 바가지의 품질이 좋은 탓으로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 팔 수 있었다.

바가지를 판 돈이 주머니에서 꼼지락거렸다. 배에서는 술을 빨리 집어 넣으라고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다. 

근처 음식점에서 풍겨오는 막걸리 냄새와 부침개 냄새가 코를 고문했다. 하지만 별쭝이는 이를 악물었다.

이를 참지 못한다면 부자의 길로 들어설 수 없다고 판단한 별쭝이는 코를 손바닥으로 막고 병아리를 파는

시장으로 갔다. 바가지를 판 돈 으로 20마리를 살 수 있었다. 떼를 써서 2마리를 더 받았다. 집으로 돌아

가는 버스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병아리들을 담은 박스를 들고 읍내에서 집까지 걸어서

갔다.  


 

 

 

지금까지 살면서 무슨 가축을 키워 본 적은 없지만, 병아리를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명순이 엄마도

별쭝이의 달라진 모습에 감동되어 열심히 일을 했다. 병아리들이 무럭무럭 자라 어미 닭이 되고, 달걀도

쑥쑥 낳았다. 자식들이 달걀을 먹고 싶다고 해도 최대한 억제시켰다. 달걀이 어느 정도 되면 장날에 가져

가서 팔았다. 팔지 않은 달걀은 어미 닭들이 품어 병아리를 탄생시키곤 하였다. 병아리는 다시 어미 닭이

되곤 하면서 닭의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별쭝이는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의 험한 산을 하나 사서 경사가

완만한 곳을 닦아 집도 새로 지었다. 

닭을 키우면서 돈을 좀 만질 수 있게 되었지만. 별쭝이의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그러다가 닭을 키우는 것이 지루해졌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돼지를 키우는 것이었다. 닭들을 모두 처분

하고 새끼 돼지를 샀는데, 이 돼지들도 무럭무럭 자랐다. 어미가 되어 새끼를 낳고, 또 낳고 하면서 돼지

우리가 부족할 정도가 되었다. 돼지들한테서는 냄새가 많이 났지만, 돈 냄새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키웠다. 돼지를 시장에 내다 팔면서 좀 큰 돈을 만질 수 있었다.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돼지고기 수요가 늘면서 생각보다 더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었다. 

이때부터 별쭝이는 동네의 대소사 일에도 적극 참여했다. 허씨 새댁에게도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특히 

동네 노인정을 짓는데, 큰 돈을 기부하면서 이제 그는 그냥 별쭝이가 아니었다. 동네에서 별쭝이를

"별쭝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없었다. 나이가 젊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사장님"이라고 불렀고, 연세가 있는

분들은 그냥 "김사장"이라거나 "복중이"라고 불렀으며, 아낙네들은 "명순이 아버지"라고 불렀다.


 


 

별쭝이는 돼지로 돈을 벌었지만, 솔직히 냄새가 너무 많이 났다. 자신의 몸에서 돼지 냄새가 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자 다른 가축을 키우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많은 돈을 벌게 해준 돼지를 다 처분하고, 이번

에는 송아지들을 사들였다. 송아지들은 점점 어미소가 되었고, 어미소들은 송아지를 낳곤 했다. 처음에는

20마리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100마리로 증가하였다. 소를 키우는 것도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가축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허전함을 채워줄 만큼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축 냄새를 풍기면서 허씨 새댁에게 접근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냄새때문에 창피를 당한 

기억도 오래갔다. 별쭝이는 고민을 하다가 돈 욕심과 더불어 다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주업종을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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