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바위
제발 때리지 좀 마라
이런 모습으로 태어났기에
맞는 것은 참을 수 있다지만
때려놓고 해대는 욕이 너무 아프다
왜 하필 여기 있냐고 말하지 마라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내탓이 아니다
기분나쁘다고 침뱉지도 마라
이렇게 태어난 것을 죄라고 한다면
원죄에서 자유로운 자 어디 있으랴
제발 때리지 좀 마라
푸른 잔디위로 보내지 못해 놓고
투덜대는 소리가 너무 지겹다
나도 맞으려고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맘대로 살 수없는 세상
그것이 세상인 걸 어쩌란 말인가
그래도 간혹 어떤 공은 나 때문에
더 좋은 곳으로 가지도 않는가
지금까지 나 싫다고 하는
바람을 본 적이 없다
잔디들도 내 주위로 모여 춤을 춘다
지금은 비록 여기에 있지만
언제 또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 사람도 꼭 이런 사람이 있다. 골프장의 페어웨이에 있는 잔디처럼 살거나 하다못해 러프처럼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페어웨이에 쓸데없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바위같은 사람도 있다.
그 자리에 있지 않다면 욕 먹을 일도 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