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골프장 바위

헤스톤 2018. 7. 11. 20:00

 

 

 

 

 

골프장 바위

 

 

제발 때리지 좀 마라

이런 모습으로 태어났기에

맞는 것은 참을 수 있다지만

때려놓고 해대는 욕이 너무 아프다

왜 하필 여기 있냐고 말하지 마라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내탓이 아니다

기분나쁘다고 침뱉지도 마라

이렇게 태어난 것을 죄라고 한다면

원죄에서 자유로운 자 어디 있으랴

 

제발 때리지 좀 마라

푸른 잔디위로 보내지 못해 놓고

투덜대는 소리가 너무 지겹다

나도 맞으려고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맘대로 살 수없는 세상

그것이 세상인 걸 어쩌란 말인가

그래도 간혹 어떤 공은 나 때문에

더 좋은 곳으로 가지도 않는가

지금까지 나 싫다고 하는

바람을 본 적이 없다

잔디들도 내 주위로 모여 춤을 춘다

 

지금은 비록 여기에 있지만

언제 또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 사람도 꼭 이런 사람이 있다. 골프장의 페어웨이에 있는 잔디처럼 살거나 하다못해 러프처럼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페어웨이에 쓸데없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바위같은 사람도 있다.

  그 자리에 있지 않다면 욕 먹을 일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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