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붉은 현장

헤스톤 2016. 4. 28. 10:59

 

 

 

붉은 현장

 

사월이 가려는지

철쭉이 피를 뚝뚝 흘리는 길을

앳돼 보이는 여자가

진홍빛 입술로

봄을 조잘거리며

늙은 남자에 안기어 간다

저 남자는

저 립스틱을 빨기 위해

피같은 돈을 얼마나 썼을까

연분홍의 진달래는

기다리다 시들어가고

초록 잎들이 자라며

봄날은 간다

 

어느 날 시내에 나갔다가 철쭉이 잘 피어있는 곳에서 분냄새가 진동하기에

눈에 들어오는 상황을 끄적거려보았다.

저 남자의 처와 자식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따라서 위의 글은 시(詩)라고 할 수는 없고, 어떤 그림이 그려지길 바랄 뿐이다.

운율도 느낄 수 있다면 더 좋고.. 

봄이 무르익으면 그냥 괜히 흥얼거리는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사진은 말러 임성환님의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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