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가막골
햇볕도 다른 곳을 들렸다 오고
새도 오기 힘들어 하는 골짜기
늙은 집 몇 채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고
밥때를 놓친 연기가
불륜을 들킨 것처럼
금방 자취를 감추는 이곳
구름이 세상 눈치를 보다가
바람을 몰아서 데리고 온 날
겨우내 꽁꽁 얼었던 골짜기가
벗기 힘들었던 잔설을 털어내며
희열을 느끼는 듯
부르르 떤다
겨울은 마중하러 나가지 않아도
그렇게 빨리 왔었는데
봄은 뭉그적거리며 오지 않다가
스님이 머리감는 것보다
더 빨리 지나가는 이곳
얼음밑으로 추위가 간다고
뚝뚝거리며 북소리 요란하고
산들이 목욕은커녕
세수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연하게 화장을 한다
내 고향에 있는 가막골은 내가 어렸을 때 차도가 없었고 산길로 길이 있었다.
면소재지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던 곳으로 씨성촌(옥천 육씨)이었으며 어머니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다.
얼마나 까마득하게 먼 골짜기라고 이름도 그렇게 지어진 것일까..
(그런데 인터넷을 조회하여 보니..사실은 우리가 부르던 가막골이나 까막골이 아니고..가마가 있던 터에
형성된 마을로 가마골이리고 한다. 지명으로 이렇게 잘 못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
어렸을 때 걸음으로 1.5시간(어쩌면 2시간)이상 걸어서 그곳에 가면 외할머니가 무척 반겨주었었는데..
지금은 사는 사람도 별로 없다. 빈집들만 여기저기 널려 있다.
막다른 산골로 마을 뒤의 산을 넘어가면 강인데 그 산을 넘어가 본 적은 없다.
(사진은 지인이 보내준 메일에서 복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