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습

2015년 8월 나의 모습

헤스톤 2015. 8. 6. 10:25

 

청포도 익어가던 칠월이 빨리 가 버린 것을 보니 팔월이라고 더디 갈 것 같지 않다. 아직 한낮의 태양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지난 젊음의 시간들을 생각하니 머지 않아 푸른 잎들이 갈색으로 변할 것이다.

 

봄의 시작을 알리며 나의 눈을 유혹하던 개나리들은 지금 그 자리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는가?

많이 움츠러 들어 존재를 아예 드러내지 않고 푸른 잎을 살며시 내밀고 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꽃들이 세상을 유혹하던 기간보다는 좀 더 오래가겠지만 여름도 분명 멀지 않았다. 

서로 커 가는 모습들을 보며 크기를 자랑하던 나뭇잎들도 이젠 키 자랑을 하지 않고 있다.

백화점의 여성 의류코너들은 벌써 가을 상품을 내걸고 있다.

 

문예지도 그렇다. 벌써 9월호를 준비하고 있다.

모던포엠 9월호에 이달의 작가로 선정되었다고 수필 3편과 전신 사진 2매 등을 보내라고 연락이 왔다.

왠지 갈수록 내 얼굴에 자신이 없어진다. 이마가 자꾸만 넓어진다. 파릇파릇한 사진을 보내주고 싶지만 

오래된 사진보다는 현재의 모습 그대로를 보내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여 밖으로 나왔다.

앞으로 살면서 오늘보다 더 젊은 날은 없을 것이기에 별 볼일 없는 폼을 잡고 셔터를 눌러대게 하였다.

  

 

 

사진 찍는다고 왔다갔다 했더니 등에서 땀이 난다.

집사람과 더위를 피해 계곡으로 나왔다. 돗자리를 펴고 한나절 물고기 잡으며 보냈다.

행복이 뭐 별거 있던가.. 무더운 여름날 다래나무 아래에서 물에 발 담그고 있는 것도 행복이다. 

 

 

 

 

땡볕에서 그냥 걸으라면 100m도 걷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자기가 쳐 놓은 공을 다시 치기 위해서는 땀을

흘리면서도 공을 잘 찾아 간다.

즐거움이 뭐 별거 있겠는가. 간혹 이렇게 움직이면서 세상 공기를 마시며 사는 것도 즐거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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