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hink

무궁화 단정(無窮花 丹正)

헤스톤 2015. 7. 23. 14:26

 

 

산책하러 나갔다가 길에 피어 있는 무궁화(無窮花)를 만났다. 무궁화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애국가의 후렴으로 나오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다. 그 외에 숨꼭질에서 술래가 벽을 보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다가 구호가 끝남과 동시에 뒤를 돌아보고 움이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내는 놀이도 생각난다. 또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이라는 가사도 읊조리게 된다. 그런데 과연 이런 노래처럼 우리나라 삼천리강산이 무궁화로 덮여 있었던 적이 있었고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차라리 매년 4월초 약 열흘간 화끈하게 피었다 지고 마는 벚꽃이 우리 강산을 물들인 경우는 볼 수 있다. 그리고 벚꽃 축제는 전국적으로 해마다 여러 곳에서 열린다. 장미 축제나 튤립 축제에도 인산인해가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무궁화 축제는 잘 려져 있지도 않고 관심도 별로 없다. 다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 다른 꽃들의 생명과 비교해서 계속 피고 지는 끈질김이 눈길을 사로을 뿐이다. 우리 강산이 무궁화로 만발하여 화려강산이 되는 것은 노래로만 겨우 이어질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노래 가사처럼 대한사람이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기 위해서는 무궁화가 해마다 조금씩이라도 늘어나길 빌어 본다.

 

 

 

사실 우리나라에 '무궁화를 국화로 한다'는 법률이나 조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무궁화를 왜 우리나라 꽃으로 부르게 되었는지에 대하여는 확실하지 않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조선 개화기 윤치호 등의 발의로 애국가를 창작할 때 애국가의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들어가면서 무궁화는 조선의 국화가 되었고 현재 우리나라의 국화가 되었다는 것이 유력할 뿐이다.

 

그럼 무궁화와 관련하여 지식백과에 나와 있는 내용을 일부 옮겨 본다.

무궁화에도 수 많은 품종이 있지만 꽃 색깔로 본다면 붉은색, 분홍색, 보라색, 흰색 등이 있다. 그중에서 나라꽃의 표준으로 정한 것은 분홍 꽃잎 가운데 붉은 무늬가 생긴 홍단심과 흰 꽃잎 가운데 역시 붉은 무늬가 들어간 백단심이다.

꽃잎의 안쪽 가운데는 품종에 따라 붉은색 무늬가 생기는데 이를 단심(丹心)이라고 부른다.

 

 

무궁화는 7월부터 10월까지 거의 100여일을 피는데 매일 새로운 꽃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새벽에 피기 시작하여 정오를 지나면서 활짝 피고 해거름에는 오므라들어 다음날이면 땅에 떨어진다. 꽃 송이 하나하나를 볼 때는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들고 마는 꽃이지만 연속적으로 피기에 꽃말도 끈기, 끈질김, 생명력 등이다. 그 외의 꽃말로는 일편단심이나 은근도 있다.

 

 

 

정부와 국가기관을 상징하는 많은 곳에 무궁화 문양이 사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문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징인 태극기와 무궁화를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 엠블럼을 비롯하여 국가 공문서, 훈장이나 표창장, 공무원 신분증 등에서도 볼 수 있다. 기와나 문 장식에서도 볼 수 있고 태극기를 다는 깃봉에서도 무궁화 꽃봉오리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무궁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우리나라가 무궁화를 홀대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국회의원들과 관련해서는 정말 마음에 안 든다. 국회의원 배지를 보면 '무궁화 문양'안에 '국회'란 글자가 들어 있다. 그런 배지를 달고 있는 의원들이 무궁화를 국화로 법제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법제화 한다고 해서 국민적 관심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확고한 법률을 기초로 하여 홍보한다면 국민들이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된다면 무궁화 문양이 들어가 있는 훈장이나 표창장, 공무원 신분증의 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국회를 바라보니 갑자기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이 놈의 국회는 여야 간이나 혹은 같은 당끼리 싸움이 끝났하면 또 싸우고 싸우다 지쳐서 쓰러졌는가 하면 또 일어나서 싸우고 하는 것이 무궁화의 끈질김에서 배운 같아 씁쓸하다. 내가 국회업무를 담당할 때 보면 낮에는 그렇게 싸우다가 저녁이 되면 서로 술 한잔 하면형님 동생하고, 그러다가 또 다음날 날이 밝으면 대판 싸우고 하는 꼴을 여러 차례 보았다.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성숙한 척 하는 사람일수록 자기와 닮은 것을 싫어하는 습성이 있는 탓인지 낮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또 다시 계속해서 피고 지고 하는 무궁화가 자기들과 닮았기에 법제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무궁화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조용히 겸손을 말해 주는 것 같다. 하루를 영화롭게 살다가 해가 기울면 조용히 가고 마는 것이 인생의 덧없음을 일깨우며 언제나 겸손하라고 하는 것 같다. 

무궁화의 꽃잎은 대개 5개이므로 꽃잎마다 단심(丹心)이 있어 5개가 있다. 5개 하면 어렸을 때 반장 선거 등에서 칠판에 기재하던 바를 정(正)자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붉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바른 세상 속의바른 나를 그려 본다. 나 나름대로 단심 하나하나에 바를 정(正)자를 집어넣어보았다. 정심(正心), 정위(正位), 정시(正視), 정언(正言), 정행(正行)을 집어넣었다. 

바른 마음으로 바른 위치에 서서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며 언제나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한다.

그래! 이렇게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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