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hink

지하철에서 겪은 일

헤스톤 2014. 12. 15. 18:18

 

 

지하철에서는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똑 같은 의자에 앉는다. 권력을 가졌거나 돈이 많다고 해서 요금을

내는 것도 아니고 높이가 다른 의자에 앉을 수도 없다.

그런데 보통사람들과 조금 특이한 태도를 취하는 인간들을 보면 화가 난다.

우선 기본적인 예의를 모르는 인간들이 있다. 복잡한 곳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인간도 옆사람에게 얼마나

신경을 쓰이게 하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은 아예 안중에 없는 인간들도 있다.

 

머리는 부스스하고 뿔테 안경을 쓴 중년여성이 애들 셋을 데리고 지하철 안으로 들어온다.

대개 예의와 거리가 먼 사람일수록 자리욕심은 많다. 자리를 잡는다고 여기저기 흩어져 앉아 있는 애들에게 김밥

2줄씩 점심이라고 하며 나눠준다. 요구르트도 하나씩 준다.

냄새를 풀풀 풍기며 밥알을 흘리고 먹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불편하다.

도대체 다른 승객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다.

스마트폰에서 이상한 것을 보며 낄낄대는 애도 있고 물이 없냐고 투덜대는 애도 있다. 그 어미한테 공중도덕을

말하면 싸움만 될 것 같다. 왠지 매우 불쾌하다. 아무 말도 안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하여도 화가 난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할 줄 모르는 인간도 문제지만  양보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인간들도 꼴불견이다. 

지난 일요일 복잡한 지하철안에서의 일이다. 나이 좀 들어보이는 할아버지 2명이 들어오니까 자리에 앉아 있던

얼굴색이 조금 까만 동남아 청년 2명이 벌떡 일어난다.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늙지도 않은 것 같은데 여기서는 그냥 노인이라고 칭하겠다. 그 노인 2명은 무슨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당연한 것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예의하고는 너무 거리가 먼 그 노인들은 자기들끼리 큰소리로 말을

주고 받으며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 없다. 괜히 그 청년들한테 미안해지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대화의 소재가 궁했는지 자리를 양보한 청년들에게 말을 건다.

"어~이.. 어디서 왔어?"

"경기도 ㅇㅇ금속.."

"아니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방글라데시.."

"그으~래.. 방글라데시가 저기 어디 디~게 못사는 나라지.."
다른 노인이 말을 받는다.

"우리나라와서 돈 벌겠다고..그래 열심히 해라..우리나라도 박정희 아니었으면 니들 나라하고 똑 같을 거야..

아니 어쩌면 니들보다 더 못 살고 있겠지. 지금쯤 우리나라 젊은 애들이 나들 나라가서 일하고 있을 지도 몰라.."

"....."

"이런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어.. 애비 잘 못 만나면 다 그렇게 되는 거지 뭐~"

"맞~어..애네들 나라에 뭐 똑똑한 사람이 있었겠어.."

"...."

 

아니 방글라데시에서 왔다는 이 젊은이들이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그 싸가지 없는 노인들의 잘난 체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창피하였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나라가 잘 살면 얼마나 잘 산다고  그 청년들을 업신여기는 말이나 태도가 거슬린다.

자리를 양보받고도 당연시하는 그 싸가지들로 그 청년들에게 미안하고 불편한 시간이었다. 

 

(사진은 사진작가인 친구 말러 임성환님의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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