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순 엉터리

헤스톤 2014. 12. 4. 09:25

 

 

순 엉터리

 

                           朴炯淳(박형순)

 

 

얼었던 물이 풀리면서

새순이 살포시 돋아날 때

쪽찐 머리의 점쟁이가 말했다

은행나무에 열매가 익어서 떨어지고

잎이 노랗게 물들 때쯤엔

큰물에서 빛을 발하며

이름을 만방에 알릴 것이라고

용하다는 그 말을 굳게 믿고

냇물이 바다로 흘러가길 기다렸건만

노란 은행잎이 다 떨어져

새까맣고 앙상한 가지가

은행나무인지 아닌지

분간 못할 지경까지 되었는데도

냇가에서 맴돌기만 하며

빛을 발하기는커녕

햇살 한줌도 못 얻어 먹은 꼴이니

차라리 구슬은 꿈꾸지 말고

돌멩이로 머문다고 했다면

좀 더 쓰일 곳에서 편한 마음으로

계절의 끝을 맞이하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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