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엉터리
朴炯淳(박형순)
얼었던 물이 풀리면서
새순이 살포시 돋아날 때
쪽찐 머리의 점쟁이가 말했다
은행나무에 열매가 익어서 떨어지고
잎이 노랗게 물들 때쯤엔
큰물에서 빛을 발하며
이름을 만방에 알릴 것이라고
용하다는 그 말을 굳게 믿고
냇물이 바다로 흘러가길 기다렸건만
노란 은행잎이 다 떨어져
새까맣고 앙상한 가지가
은행나무인지 아닌지
분간 못할 지경까지 되었는데도
냇가에서 맴돌기만 하며
빛을 발하기는커녕
햇살 한줌도 못 얻어 먹은 꼴이니
차라리 구슬은 꿈꾸지 말고
돌멩이로 머문다고 했다면
좀 더 쓰일 곳에서 편한 마음으로
계절의 끝을 맞이하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