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월 어느 주말

헤스톤 2013. 10. 14. 18:16

 

1. 보문사 (토요일)

 

상계동 천주교회의 ME에 속해있던 부부들의 모임이 있다. 지금은 다 이곳저곳으로 이사가서 상계동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약 20년전 모임을 만들 때는 10여쌍이 있었는 데 지금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빠져 나가고 5쌍밖에 없는 작은 모임이긴 하지만 한달에 한번 정도 만나고 있다.

 

지난 토요일 SME(상계동 ME)부부들이 강화의 보문사에 갔다. 보문사 맷돌이 우선 눈길을 끈다. 옛날에는 이것으로 이러저러한 곡식들을 갈아 음식을 만들었다는데 지금은 그냥 유물이다.

 

 

마애 관세음 보살을 보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중에 아래사진과 같은 용왕단이 보인다. 곳곳에 소원을 비는 곳이 엄청 많다. 물론 소원지를 지정된 곳에 놓기 위하여는 돈이 들어간다. 어찌보면 돈이 없으면 움직이지도 못하고 소원도 돈이 있어야 격식을 갖춰 빌 수 있다. 거~ 참.. 

 

 

계단은 약 420여 계단인 것 같다. 운동삼아 오르기는 적당하다. 아래로는 당연히 바다가 보인다.

 

 

 

석모도 낙가산 중턱에 있는 눈썹바위 아래 관세음보살이다. 이곳 보문사 곳곳에는 기도하는 곳이 많다고 하였는데 이 보살앞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입 수학능력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엄마들이 많이 있다. 우리부부는 이런 기도를 해 본 적이 없는데....

무엇보다 이곳이 기도의 영험을 많이 보이는 곳이란다. 그래서 나도 기도는 하였다. 무엇을 기도했을까. 세계평화나 인류복지를 위해서.. 아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건강, 돈, 명예, 사랑, 일을 위해 기도하였다.

 

 

 

대웅전의 모습을 입구쪽에서 찍어본 것이다. 쾌청한 가을날씨이다. 각도를 조금 바꿔서 아내도 한장 찍어 주었다. 내가 마애보살님 보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다온 사이 아내는 기왓장을 사서 소원을 적어 놓았다고 하며 들어간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내가 이런식으로 지금까지 빼앗긴 돈이 얼마이던가.. 그 돈 다 모았으면 저기 대웅전 하나 짓겠다.

 

 

어느 자매님이 내가 앉아 있는 곳의 경치가 괜찮다고 하면서 나의 사진을 찍어주려고 폼을 잡으니 어느새 아내가 득달같이 달려와 내 무릎에 앉아서 뽀뽀를 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있건말건 애정행각을 하려고 하는 것을 보니 술 좀 마셨나 보다. 술 좀 안마셨으면 좋겠다. 으~ 냄새.. 

 

 

 

돌아오는 배안에서 찍은 모습이다. 새우깡 갈매기들에게 큰 봉지의 새우깡(1,900원) 하나를 가며오며 다 나눠주었다. 갈매기들에게 이런 것 주면 스스로 고기잡을 생각을 안하게 되니 주면 안되는데 받아먹는 것이 재미 있어서 자꾸 던져주게 된다. 

 

 

 

 

2. 한강 산책길(일요일)

 

일요일에는 지난 번에 걸었던 한강을 다시 걸었다. 우선 월문천을 따라 한강쪽으로 걷는다. 아래사진은 월문천에서 한강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저 멀리 한강이 보인다.

 

 

월문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피어있는 꽃이다. 구절초이다. 어는 시인은 구절초가 피면서 가을이 오고 구절초가 지면서 가을이 간다고 노래하였다. 잘은 모르지만 마디가 아홉개라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어찌보면 인생도 마디마디가 있는 것 같다.

꽃들이 활짝 피었다. 가을이 웃고 있다. 모든 꽃이 다 좋지만 특히 국화가 좋다. 구절초는 국화과의 꽃이다. 꽃에 대하여 거의 알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알까? 안내표지판에 그렇게 쓰여있다.

 

 

 

한강변을 거닐며 다시한번 찍어 보았다.강물이 맑다. 이젠 우리나라 물들이 맑다. 날씨도 좋다. 가을냄새가 막 난다. 아~ 가을..이번 가을은 오래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갈대도 가을을 알린다. 계절 좋고 날씨 좋은 데 나에게도 뭐 좋은 일 좀 없으려나...한편 생각하면 이렇게 가을을 느끼며 건강한 두다리로 걷는다는 자체가 좋은 일이 아닌가 한다.

가을은 바람도 좋다. 구름사이로 보이는 하늘도 좋다.

 

 

 

강 반대편쪽으로 보이는 풍경중 하나이다. 저 깊숙한 곳에 뭐가 있을까. 숲이 우거져서 들어가 볼 수는 없고 무엇인가 있는 것 같다. 새 울음소리도 들린다.

무슨 신비한 것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겨울되면 다 드러날 것이다. 길고 긴 여름지나 지금 이 계절에도 줄기뻗고 잎을 키우지만 시간 지나면 시들고 떨어져서 후손들을 위한 거름이 될 것이다. 언제까지 살 지 모르지만 죽을 때까지 주어진 삶은 열심히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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