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조그만 차이

헤스톤 2014. 1. 27. 18:26

 

 

 

 

약 2년전 오른쪽 안면마비가 왔을 때부터 한의원에 자주 가는 편이다. 당시에는 용하다는 한의원을 찾아 이곳저곳 정말 많은 곳에 다녔다. 구미근처에 있는 무허가 한의사한테도 갔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호전되기는 커녕 자꾸 악화되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여러 곳을 다닌 것이 단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얻은 것이 있다면 어느 곳이 좀 더 실력이 있고 어느 곳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양호하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쩜 미세한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미세한 차이가 어느 한의원에는 다시 가게 되고 어디는 가지 않고를 결정한다.    

 

때로는 사소한 것이 사소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소한 것을 정말 사소하게만 여기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 사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넘어지는 것도 큰 바위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는다. 작은 돌부리에 넘어진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 나오는 것처럼 작은 구멍을 소홀히 했다가는 큰 일을 당하게 된다. 큰 범죄도 경범죄를 잡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바늘도둑을 잡다보면 소도둑을 잡게될 수 있는 것과 같다.

 

최근 날씨가 조금 차가워졌다고 오른쪽 안면근육이 실룩거린다. 조금만 감싸줘도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실룩거린다. 어쩜 침을 맞으며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 경험으로는 평소에 목을 따뜻하게 하고 있으면 좀 나은 것 같다. 병이라고 하는 것은 작을 때 잡도록 해야 하며 아예 생기지 않도록 하면 더욱 좋다. 

 

올해들어 주말마다 한의원에 가서 얼굴에 침을 맞고 누워 있으려니 별의 별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예방차원에서 가긴 했지만 실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곳에 안가고 나는 왜 이곳에 온 것일까. 거리상 가까운 것도 있지만 우선 나를 환대해 주기 때문이다. 아는 체를 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기 때문이다. 내가 병원문을 들어서자마자 안내하는 여직원은 "박형순 고객님! 어서오세요!"하면서 반갑게 맞이한다. 지난 주에는 월간지에 실린 나의 詩를 읽고 눈물 흘렸다고 한다. "기울어진 나무"라는 시는 자기의 인생을 그려 놓은 것 같아 깊이 공감했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관계없다. 나의 글을 읽어 주었다는 것만으로 우선 반갑다.

나의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용하다고 소문난 곳도 친절하기는 하지만 이곳과 비교할 때 친절도에서 떨어진다. 친절도 급이 있다.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조그만 차이로 발길이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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