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냥 걸었다

헤스톤 2013. 10. 4. 21:24

 

한강근처에 살면서 한강산책길을 처음으로 걸었다. 마음은 있으면서 무엇이 그리 바쁜지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아내의 권유로 지난 토요일 따라 나섰다. 가을을 좀 더 깊게 느끼기 위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누구는 자주 이 길을 걸으면서 시(詩)를 구상하고 몇 권의 시집을 냈다는 말이 귀를 더 파고들은 것 같다.

 

 

옆동에 사는 아내 친구(술은 아내보다 더 세고..골프실력은 나와 비슷하고..음식솜씨가 좋아 내가 간혹 신세지는 경희씨)와 같이 가기로 하여 잠시 그 친구가 나오길 기다리는 사이 아파트 앞에서 아내 모습 한장 찍어 주었다. 그 친구와는 자주 다닌다고 한다.

 

 

내가 사는 APT 바로 앞의 월문천길이 한강 산책길로 연결되어 있어 조금 걸어 내려가니 한강이 나타난다. 보가 설치되어 있어 물이 흐르고 있는지 아닌지 모를 정도이다.

 

 

팔당대교쪽으로 걸어가면서 왼쪽을 보니 아래와 같은 모습이 보인다. 저 위쪽으로는 모 아파트이다. 경치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아파트나 음식점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모텔들도 그렇다. 예전에 누가 한 말이 생각난다. 한국사람들은 이상하다고 한다. 가든에서 밥 먹고 파크에서 잠잔다고 한다.

 

밑에 있는 덩굴들은 위로 올라가고 위에 있는 덩굴들은 아래로 내려온다. 머지않아 만날 것 같다. 갑자기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가 생각난다.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조금만 더..조금만 더..힘을 내고 있는 저 덩굴들..그래 찬바람 나기 전에는 만나야지..

 

 

쉬어가려고 벤치에 앉았다. 저 멀리 검단산이 보인다. 주변에 운동기구도 있어 이용하다가 둘러보니 토끼풀들이 있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이다. 찾아본다. 못 찾겠다. 내눈에는 세잎만 보인다. 그래..세잎도 좋다. 세잎클로버는 행복이라고 하지 않는가..

 

 

아내 손목에 토끼풀 팔찌를 해 주었다. 좋아한다. 나중 이야기이지만 약 1시간뒤 팔당대교에 도착해서 보니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다시 사진을 찍어 카스(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 몇몇 카친들이 댓글을 달아준다. 그러고보니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팔찌를 해준 기억이 없다.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었다. 저녁먹을 때 팔을 보니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려 8시간이 흐른 뒤에도 말이다. 오~ 이런~

 

 

아래사진 2장은 그곳에서 각도를 바꿔 찍은 모습이다.

 

 

조금 더 걷다보니 갈대숲이 나온다. 한장 찍어달라고 한다. 오늘은 완전 찍사가 된 기분이다. 갈대를 한번 만져보며 걸음을 옮긴다. 그래 갈대..그것도 가을냄새를 풍긴다.

 

 

왼쪽으로는 아래사진같은 풍경들이 많다. 아예 덩굴을 뒤집어 쓰고 있다. 오른쪽 것은 무슨 코끼리모양을 하고 있다. 그 위로 살짝 초기지붕이 보이는 곳은 음식점이다.

 

 

아내와 아내 친구는 자주 다닌 탓인지 잘 걷는다. 왼쪽길은 저전거도로이고 오른쪽 주황색길은 도보길이다. 차는 다닐 수 없다. 자전거도 우측통행이다. 밤에도 다닐 수 있도록 가로등이 늘어서 있다. 밤에는 풍경이 더 멋있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캄캄한 것보다 밝은 것이 좋다.

 

 

아래 보이는 꽃들은 들국화이다. 아니 아내가 하는 말이 들국화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그냥 한장 찍었다. 나의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꽃..국화..이꽃은 들국화..

 

 

 

팔당대교 근처까지 왔다. 이곳에서의 물은 제 속도대로 힘차게 흐른다. 새들이 많이 보인다. 그만큼 물고기들도 있다는 말이 되겠다. 건너편에 하남이 보인다.

 

 

 

왼편으로 보이는 풍경이다. 소나무를 보니 조경에 신경을 많이 쓴 곳인 것 같다.

 

 

 

팔당대교 밑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모 음식점에 들려 파전과 잔치국수 한그릇 먹으며 풍경을 담아 보았다. 가운데 나무는 다 죽었는데 덩굴들로 쌓여 있고 나무끝에 보니 새 가지를 솟아올리고 있었다. 질긴 생명이로다. 아니면 주변의 응원군에 힘입어 다시 잎을 피우고 있다.  

 

 

 

나무중에서는 아래의 나무 3그루가 나의 눈길을 끈다. 굵기로 보아 비슷하거나 같은 동년배의 나무들이다. 그런데 맨 오른쪽의 나무는 완전 죽었고 가운데 나무는 겨우 숨을 쉬고 있는 중이며 왼쪽의 나무는 아직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갑자기 몇가지가 연상된다. 잘하면 멋있는 시 한귀절이 떠오를 것도 같다. 이 나무들이 약 50여년을 살았는 지는 모르지만 초등학교 동창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누구는 왼쪽, 누구는 중간, 누구는 오른쪽.. 

 

 

 

우리집에서 한강산책로를 따라 팔당대교까지는 약 5.5Km가 되는 것 같다, 왕복 11Km이다. 아내가 하는 말이 경치가 멋있다고 하면서 함께 가자고 했는데 자랑할 만하다.

좀 더 여유로와지면 자주 다녀야되겠다. 나도 누구처럼 건강도 챙기고 시(詩)의 종자를 많이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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