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이거 사기(詐欺)인가..

헤스톤 2012. 9. 20. 17:58

 

 

 

 

약 보름 전부터 메시지 송수신이 시작되었다. 나의 페이스북에 레베카(풀 네임은 밝히지 않겠음)라는 사진상으론 할머니처럼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친구요청이 있었다. 함께 아는 친구로 IBK 직원 2명이 있었고 대부분 그렇게 해 왔듯이 요청을 수락하였다. 요청수락후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Good Morning to you. Thank you so much for accepting my request to be your friend. Thank you so much. 

친구요청을 수락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인사말이었다. 그 날이 금요일 이었다. 그래서 나도 의례적으로 한줄 보냈다. Thank you for saying so. Have a nice weekend!

 

그랬더니 곧바로 My Dear Brother 로 시작하는 약간 긴 문장의 메일(이하 메시지라는 용어 대신 메일이라고 하겠음)이 왔다.

Am very glad to write to you now Thank you. My name is Mrs *** *** . I'm from Netherlands a widow and 53old. I am a cancer patient here in Hospital Currently and i lost my husband know one to help me and my Doctor has confirm to me that i have a few weeks to leave. 너무 길어 이하 생략....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53살이고 남편이 없는 과부인데 현재는 암환자로 의사말에 의하면 몇 주 못 살거라는 것이다. 남편이 죽기전에 자금(예금)을 안전한 곳에 맡겨 놓았는 데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나에 대하여 더 알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고 답변을 기다린다고 하였다.

 

혼란스러웠다. 다른 페이스북 친구들처럼 자신의 동정이나 무슨 일에 대한 생각을 알리거나 좋은 글을 소개하거나 안부인사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친구수락을 하자마자 자신은 얼마 살지 못하는 암환자이고 자금이 있는 데 이를 사용하는 데 도와달라는 것이니..

그냥 무시할 까 하다가 타고난 박애주의자(?)인 나로서는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람에게 건강이라도 기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지난 뒤 간단하게 메일을 보냈다.

I was awed by your message. This is beyond belief. I wish you overcome the greatest challenge. I want to say "Cheer up!" 당신의 메시지를 받고 놀랐고 병을 잘 극복하기 바란다는 내용이다.

 

그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제법 긴 장문의 메일이 왔다. My Dear Brother 로 시작해서 Writing From Hospital 로 끝나는 긴 문장인 데 내용을 요약하면 지난 번 메일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이런 것이었다.

자기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을 알았으면 한다. 남편이 없고 자식도 없으며 지금 병원에 있는 데 의사에 의하면 몇 주 못가 세상을 뜰 것이나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남편이 죽기전에 안전회사(Security Company)에 자금을 맡겨 놓았고 함께 동의한 일이 있는 데 자금(돈)을 가난한 사람이나 집없는 사람에게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 일을 도와주기 바란다. 자신은 병이 깊어 이를 실행할 수 없는 처지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나의 프로필을 보니 자기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며 자기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것으로 본다. 안전회사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으니 답변을 기다리겠다.

 

너무 황당하기도 하여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찜찜한 기분도 들었다. 세계의 모든 인간들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거짓이 아니고 정말 곧 죽을 환자이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며칠이 지났다. 지난 번 메일을 "읽지않음"표시로 했더니 다시 똑 같은 메일이 왔다. 고민끝에 간단하게 답장을 했다.

I'm so sorry cannot accept your request. I recommend a public corporation like Red Cross Society. I wish your health.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고 적십자사 같은 공공기관을 이용하기 바란다는 내용이다.

 

이번에도 곧바로 답장 메일이 왔다. 바로 어제(9. 19)이다. My Beloved 로 시작해서 Regards로 끝나는 긴 문장이다. 내용은 역시 대동소이한 것으로 완전히 요약하면 이런 것이었다.

잘 믿지 못하는 것을 이해한다. 순전히 인도적인 차원의 과제로 생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바란다.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답장도 하지 않기로 했다. 짧게라도 답장메일을 계속 보내면 또 오고 또 오고 할 것 같다.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사춘기 소년처럼 가슴 설레는 내용으로 이국의 여학생에게 영어편지를 주고 받는 것도 아니고..그나저나 네덜란드인 치고는 꽤 영어를 하는 것 같다. 오늘 난 친구끊기를 하였다. 메시지 수신도 차단시켰다. 잘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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