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아들이 선택한 길

헤스톤 2012. 4. 27. 21:02

 

 

 - 작년 아들이 군대생활할 때 화천의 모 식당에서

 

좋은 재료를 갖고도 기대에 어긋나게 음식을 만드는 독특한 재주를 가진 아내가 어제 아침에는 호박요리 하나 내놓고 맛있냐고 물어본다. 나름 정성을 기울인 모양이다. 예전 같으면 언급을 흐지부지하거나 건성으로 대답하는 데, "맛있어..아주 맛있어..당신이 하는 것은 모두 맛있어.."라며 마음을 살짝 담아 말해 주었다. 왜냐면 나도 이제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쓰라린 반대경험이라고 해도 좋고, 이젠 어느정도 나이를 먹어 철이 들었다고 해도 좋다. 원래 남자는 늙어도 철 들기 어렵다고 하지만.. 그랬더니 오늘은 못 보던 몇 가지의 반찬이 더 나온다. 그런데 희한하다. 모두 맛있다. 반찬 모두가 맛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더욱 정성을 기울인 결과가 아닌 가 한다. 이러다 나도 모르게 과식하여 배 나올까봐 걱정이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스스로 요리를 해서 먹곤하였다. 아내의 늦잠과 음식 재주 덕분이다. 나는 아들의 요리에 대하여 잘 한다고 칭찬을 해 주곤 하였다. 그리고 언제부터인 지 아들의 장점 내지는 특기가 그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또한 모든 사람은 먹지않고는 살 수 없으며 선진국일수록 외식산업이 발달한다는 진리를 내세워 그 쪽 길로 인도하였다. 그래서 아들이 선택한 과는 식품영양학과이다. 군대에서는 전공을 살려 취사병으로 근무하였다. 아들이 만약 이 길에서 성공한다면 이는 순전히 아내의 독특한 재주덕분이다.

 

나는 중,고교시절 수학을 제일 잘했다. 내 자랑이 되겠지만 수학만큼은 항상 상위권이었고 월례고사나 각종시험에서 1등을 자주 하였다. 같은 반 학생들은 내 얼굴에 수학이라고 쓰여 있다고 하였다. 수학선생님들로부터 이번에도 나의 점수가 제일 높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하였다. 물론 수학 하나 잘 한다고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수학이 어렵게 출제되면 상위등수이고 쉽게 나오면 등수가 떨어지곤 하였다. 국어나 영어 등은 약했고, 화학이나 물리 등의 성적은 좋았다. 그런데 나는 이과로 가지 못했다. 이유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적록색약 때문이다. 이과로 가면 대학입학시 제약을 받는다고 문과선택을 종용받고 잘할 수 있는 길을 멀리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억울하다. 물론 그 길로 갔으면 어떻게 됐을 지 가보지 않아서 모른다. 나의 운명이 아니었나 보다.

 

나는 아들이 먹는 것과 관련하여 잘 하기도 하지만 좋아하고 즐긴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 처럼 잘 할 수 있는 길을 멀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분명한 것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된다는 것이다. 잘 한다고 해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공을 잘 살려 좋아하기도 하며 즐기면서 생활하길 빌어본다. 현재 대학교 졸업반인 아들의 사회생활이 기대된다.

 

 

 - 최근 건강이 회복되어 나의 책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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