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인도없는 차도옆의 장미

헤스톤 2010. 7. 5. 18:32

 

 

 

 

 

     인도없는 차도옆의 장미 

 

                                 제남 박 형 순

 

 

  어쩌다 보니

  이런 곳에 살게된 것도 운명이다

  태양과 구름은 있지만 

  매연이 지배하는 곳에서 말이다

  그나마 바람이 없었다면

  명함을 만들어보기는 커녕

  출생신고도 어려웠을 것이다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한번쯤 쳐다보길 희망하지만

  그저 앞만 보며 지나치니

  잘못된 위치선정이 너무 야속하다

 

  시원한 그늘을 내놓을 순 없지만

  눈을 즐겁게 해줄 수 있고

  향기도 나눠줄 수 있다고

  아무리 손짓하고 윙크해도

  구린 냄새나 흙탕물을 날리면서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

  다른 삶들이 부럽기만 하다

 

 

  관심받지 못하는 삶이 서럽지만

  시간이 아주 많이흐르다 보면

  지금의 모든 것들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상황들로

  변하게 될 것을 경험으로 알기에

  찡그리지 않고

  웃는 모습 보이려고 노력하며

  오늘도 한모금의 성숙을 먹는다

 

 

 

 

 

<야생화> 
[고마리]
  
[털동자꽃]  

 

 [털머위] 

 

[유홍초] 

 

 [꽃무릇] 

 

 [가는다리장구채] 

 

 [바늘꽃] 

 

 
 

 

시론 < 소중한 인연 >

 

군대를 막 제대하고 지방의 중소기업에 취직했을 때의 일입니다.

원래 고향은 서울이었는데 지방으로 혼자 내려오니 친구도 없고 많이 외롭더군요.

그래서였는지 고시원 뒷골목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버려진 개에게 정을 주게 되었습니다.

퇴근할 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사서 던져주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내가 퇴근할 때마다 내 발소리를 듣고 반겨주는데 저에게는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어느덧 저는 개에게 '명식' 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주었습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편의점 아르바이트 아가씨에게 삼각김밥을 받아들고 퇴근하는데

눈길에 미끄러지는 트럭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저는 일주일을 입원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하필 입원한 날부터 눈이 왜 그리도 많이 쏟아지는지...

일주일 내내 명식이가 걱정되어 참 애가 탔습니다.

 

퇴근하는 날, 가장 먼저 명식이를 찾아갔습니다.

나이 먹은 개가 혹시 얼어 죽지는 않았나 걱정했는데 웬걸, 눈이 잘 들이치지 않는

후미진 곳의 헌 박스 속에서 담요를 덮은 채 잘 자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가 싶어 얼떨떨해하는데 누군가 삼각김밥을 들고 명식과

내가 있는 뒷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가끔 인사나 나누던 편의점 아르바이트 아가씨가 제가 입원해 있는 동안

명식이를 돌봐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몇 년 후 명식이는 나이가 많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늙어 죽었지만 그동안의 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편의점 아가씨와

저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아가씨는 6살과 4살 된 제 아들과 딸의 엄마입니다.

- <새벽편지>의 독자편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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