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실 망

헤스톤 2009. 3. 17. 17:19

 

   

 
 
   소식이 끊겼던 친구와 어떻게 연락이 되어 오래간만에 만나게 되었지... 예전의 좋은 기억과

애틋한 마음이 살아나고 반가움으로 들떠 있었는 데...

 

 

 

       실      망    (박 형 순)

 

 

   십여년만에 만난 옛 친구

   카탈로그도 참 많다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등

  

   반가움이 줄어 든다

   그리움을 달래준 값으로

   신사임당을 슬며시 넣어주며

   날씨 풀리면 보자고 하였다 

 

   주머니속을 만지작거리며

   옛날의 그 몸짓이 아니다

   당장 계약하지 않으면

   지구라도 멸망할 것 같은

   찌그러지고 슬픈 얼굴이다

   

   연락이 왔을 땐 들떠 있었는 데

   과거의 기억은 아름다웠는 데

   다시 만나면 좋은 인연으로

   함께 하고 싶었는 데

 

   제대로 작별인사도 없이

   어둠이 짙게 깔린다

   달도 없고 별도 없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우산도 없이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어도

   심란한 마음이

   씻겨 내려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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